배움이 즐겁고 함께 성장하는 온 마을학교를 그리다
배움이 즐겁고 함께 성장하는 온 마을학교를 그리다
  • 김광섭 기자
  • 승인 2019.11.20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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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 정 식(경천중학교 교장)
김정식 교장
김정식 교장

미래학교와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학교교육 제4의 길(앤디 하그리브스, 데니스 셜리 저)」에서 제시하고 있는 ‘제4의 길’에서 보듯 ‘국가는 교육에 대한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자발적 참여를 통한 민주적인 소통의 문화, 그리고 마을(지역)의 참여’를 미래학교(제4의 길)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시장주의 경쟁이 강하게 도입되고 국가가 교육의 표준화를 추구하면서 교사가 자율성을 상실하게 된 제2의 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학교교육이 시장주의의 장점과 국가의 풍부한 지원을 결합해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제3의 길’을 지향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제4의 길’로 바로 직행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또한, 2001년 OECD가 발표한 ‘미래학교 시나리오’에서 학교의 역할과 형태가 크게 바뀌어 ‘재구조화’되는 학교개혁형(Re-schooling)의 모습을 미래학교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크게 중핵 사회센터로서의 학교, 혁신적 학습조직으로서의 학교로 구분할 수 있다.

지역의 핵심 센터로서의 학교는 마을과 학교를 연계하여 지역주민들의 삶과 교육의 중심 허브로서의 역할,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하는 개방형 복합교육공간, 그리고 단순히 교육을 넘어 마을과 학교 그리고 지역주민을 잇는 소통 공간의 역할을 기대한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여러 인적, 물적 자원들 간의 협력으로 공교육의 경계를 확장하고, 학교가 사회의 중심이 되고, 지역사회와 협업하는 미래학교 커뮤니티 스쿨(Community School)은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5천여 개 이상, 전 세계적으로 2만 7천여 개가 있다.

이처럼 근대학교의 모습에서 벗어나 미래학교를 지향하는 이 시기에 마을과 학교가 협력하여 교육과정을 잇고 ‘학교 속 마을, 마을 속 학교’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도 모른다.

이미 ‘제4의 길’로 진입한 핀란드가 교육공동체를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입시라는 단시일적인 목표에 연연하지 않고 교육이 가지는 궁극적인 함의를 사회전체가 인지하려는 노력이 언제나 수반되어 왔기 때문이다.

미래의 학교는 물리적인 한 장소에서 교육이 행해지던 과거의 모습에서 어디에서든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핀란드의 마을교육 철학을 통해 할 수 있듯이 이제는 학교가 마을과 손잡고 교육생태계를 복원하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경천중학교 마을교육은 이처럼 확고한 철학과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면서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넓은 학구의 아이들은 1~2시간에 한 대인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길거리에 방치되고 있었다. 덥고 추운 계절의 영향, 오가는 대형트럭의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된 채 말이다.

그 아까운 시간은 또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아이들과 학부모, 교직원의 이야기를 들어 학교앞 공실을 임대하여 마을도서관을 열고 아이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머물 수 있는 그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주었다.

이후 지자체와 연계하여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시골 지역의 학부모, 지역주민들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주중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교육·문화의 요람이 되어가고 있다. 생업으로 바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가 없었다면 마을도서관 운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마을을 위해 학교에서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각 교과 교사들이 특정 단원을 선정하여 마을에 관한, 마을을 위한, 마을을 통한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교과서 속의 지식만이 아니라 학교 밖 실생활에서 적용되는 지식을 배움으로써 자존감, 애향심이 높아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의 동력이 될 것이다.

인적이 드문 학교 옆 골목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지역주민, 전문가 집단 등이 총 동원하여 ‘스토리가 있는 벽화거리’를 만들기에 나섰다. 벌써 2년차 작업을 마쳤으며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앞으로 3~5년 정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 한 마을의 골목을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소확행(小確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말이다. 수필집에서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라고 했던가.

마을과 학교를 잇는 소확행은 무엇일까? 마을도서관 기증 도서를 책장에 정리하며 조금씩 채워져 가는 서가의 모습을 보는 것, 누군가 벽화타일을 깨뜨려 보기 흉해 속상하다며 찾아오신 할머니를 위로해 드리는 것, 마을발표회에서 벼룩시장을 담당한 학생자치회가 1시간만에 모두 팔았다며 좋아하는 모습, 아이들만 영화 보여주냐며 우리들도 영화보여 달라고 찾아오신 노인회관 어르신들과의 차 한잔 마실 때의 기분을 마을교육 소확행이라 하고 싶다.

마을과 학교가 아이를 함께 키우기 위해 고민하고,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며 길을 열어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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