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엔'의 피가흐르고 있는" 중국‧중국인
"'삐엔'의 피가흐르고 있는" 중국‧중국인
  • 김종찬
  • 승인 2019.12.31 0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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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의 잼 있는 중국이야기

"중국인은 알다가도 모르겠다"중국인을 묘사하는 우리의 표현 중에 아마도 가장 사용 빈도수가 높은 말일 것이다.

중국인 이해의 핵심은'삐엔(变변)'에 있다.흔히 사용하는 '속인다' '엉큼하다' '종잡을 수 없다'는 표현은 중국인 특유의 '변화 기술'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变'은 원래 실을 꼬아 다양한 문양을 만드는 일종의 섬유 디자이너의 모습이다. 중국인은 선명하다. 전혀 모호하지 않다. 섬유 디자이너는 다양한 문양을 만들어내겠지만, 섬유로 빵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아무리 변해도 섬유다.

중국인의 '삐엔'은 나름의 법칙과 범주가 있다. 우리가 모호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의 눈이 침침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 패턴은 거의 언제나 일정하다. 그들은'삐엔'의 촉매를 가지고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새롭게 변형 시킨다.

'선명하다'는 표현을 단순하다와 동일시해 버리면 중국인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 '중국인이 선명하다'는 의미는 그들이 틀림없이 삐엔을 사용하고 있고,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찡쮜(京剧 경극)얼굴 그림 변장법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삐엔리엔(变脸변렴)'이다.연기 중에 분장한 얼굴이 갑자기 바뀌어 버린다. 중국 예술중의 예술 '찡쮜'에 가장 중국인다운 술수'삐엔'이 빠질 수 없는건 당연하다. 이 '삐엔리엔'의 비밀은 공연 중에 입으로 분가루를 불어버리거나, 손을 이용해 얼굴 색깔을 순간적으로 문질러 바꾸는 것이라 한다.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은 문제를 미리 피하는 사람에게 늘 뒤질 수 밖에 없다"는 중국 겪언이 있다. 중국인의 삐엔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 그들의 '쓰루(思路사로)'를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중국인의 삐엔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것에서 부터 그럴듯한 멋진 것까지 다양하다.

중국 시장 보러 갈때 저울을 들고 다니는 주부들도 있다. 시장에서 저울을 속이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은 삐엔의 축에도 못 드는 하층이다. 중국잡지에 소개된 기가 막힌 상술 한 토막.

포도를 파는 이 상인은 포도 더미위에 '한근에 1.18원'이라고 써 놓았다. 그런데 물건을 사고 나면 갑자기 한 근에 1.98'으로 둔갑한다. 이유는 두 번째 1자의 머리에 파리똥만한 동그라미가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싸움이 벌어질 것은 뻔하지만, 중국에서 물건 흥정 다 끝내고 사지 않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은 안다. 황당한 이 수법은 버젓이 이름이 있다. ‘짱엔fa(障眼法)’ 눈을 방해하는 술법 이라는 뜻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다.원래 주역에 나오는 말로 여기에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 원문은"궁하면 변하기 마련이고 변하면 통하게 마련이다"는 의미다.

즉 막다른 골목에 처해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 때 취할 방법 아닌 방법으로 중국인들은 '삐엔'을 선택했다. 삐엔에 즉흥적인 얄팍한 속임수의 혐의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긴 역사와 철학적 논리가 있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삐엔은 한 인간의 뛰어남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중국'삐엔'의 결정판은 손자병법이다. 쏜즈는 온갖 종류의 삐엔을 모으고 해석한 삐엔의 해설가다. '삐엔'을 예측하고 해석하는 해커. 그러나 삐엔은 어디까지나 변형이다.

그것은 새로운 창조가 아니다. 진취적이기 보다는 현상 회피와 위기 모면의 인상이 짙다. 마치 고추잠자리가 안절부절 하면서 나뭇가지를 맴돌 듯이 계속 한자리를 탐하는 것이 중국인 삐엔의 공식이다. 뺑뺑이를 따라가면 어지럽다. 미리 길목에서 기다려야 한다.

중국인 삐엔 중의 삐엔은 '허허실실'이다. 이 허허실실은 온갖 변화를 다 써먹은 다음 나오는 술수 중의 술수다. 삐엔이 없는 삐엔. 삐엔의 최고 경지다. 당나라때 측천무후로 불렸던 여자 황제가 있다. 엄청나게 남자를 밝혀 수시로 남자를 불러들이고 자기 멋대로 문자도 만들어낸 괴짜다. 이 여자 무덤의 묘비에는 아무런 글씨도 없다.

심심한 학자들은 많은 해석을 해댄다. “그녀의 공적이 너무 커 한갓 돌조각에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다. 자신의 행위를 역사에 맡긴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허허실실은 이 재미로 하는 것이다, 인간의 설마를 이용한 것이다.

쏜즈의 유명한 명언중 이 허허실실을 뒷받침하는 이론은 '술수에는 무술수로 대하라"이다. 혼자들 까불고 온갖 변칙을 다해봤자 석가모니 손바닥의 손오공 이라는 의미이다.

중국인을 아는 중국인이 제공한' 삐엔'해독의 암호다. 조금 섬세하게 관찰한다면 힘 빼고, 기대 빼고, 담담할 수만 있다면 중국인들이 그리는'삐엔'의 악보를 읽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악보만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어떤 노래를 부르던지 마음이 느긋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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