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자의 동작치유 쉰 번 째 이야기

 

하늘 꼭대기에 매달린 가을 햇살에 노인의 힘겨운 표정이 비친다. 들깨 단을 가득 싣고 중천의 태양아래 작은 길을 따라 리어카를 끌고 가는 어르신. 아마도 어르신은 이른 아침부터 이 일을 시작하신 듯 굵게 주름진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하다.

난 밀물과 썰물 같은 그 주름살에 담긴 세월을 따라가 본다. 고달픈 인생의 삶의 역정이 머무른 그곳에 어르신의 지난 인생이 스치듯 지나간다.

들깨 단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어르신에게는 벅차기만 한 듯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도 모르게 내 어깨가 무거워졌다.

낮이 지나고 다시 깜깜한 밤. 산비탈 작은 암자 옆 옹달샘을 지키는 동자의 어깨위로 가을이슬이 차갑게 내려앉는다.

그 차가운 이슬 아래 밤새 졸졸 흐르는 물줄기로 이룬 작은 샘에는 어느덧 가득 물이 고인다. 그 물줄기 소리에 나의 공허한 마음도 채워져 가는 느낌이다.

맛있는 먹거리, 재미있는 볼거리, 신나는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에 사는 우리들이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리고 그 공허함은 왜 무위자연에서 채우고, 치유 받게 되는 걸까?

가을의 어깨위에 근심을 내려놓고, 언어도 내려놓고, 시선조차 내려 놓는 것을 동작치유의 쉰 번째 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