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마당 모퉁이에 오래된 고목 감나무를 보니 분명 가을입니다. 감잎에 조금씩 홍조가 들고, 가지에 단단히 매달리지 못한 감은 가을비를 못 견디고 툭하고 떨어져 곤죽이 되었습니다.

굳이 감나무가 아니더라도 낮과 밤의 일교차로 가을은 이미 제 곁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이렇게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클 때면 작게 매달린 풋고추를 따기 시작합니다.

아침일과는 풋고추를 따는 일 부터 시작 됩니다. 노안이 와서일까? 잎 사이에 숨어 매달린 풋고추를 찾기 위해 저는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가며 눈을 흘겨가며 샅샅이 찾아봅니다. 그리고 한참을 뒤적거린 뒤에야 작은 풋고추를 찾아냅니다.

고추를 딸 때 이 계절이 주는 울림도 들립니다. 지나간 추억도 떠오릅니다. 추억은 기억의 시계를 거꾸로 시계를 돌립니다.

벗을 만나고 싶고, 일찍 먼저 가버린 언니를 만나고 싶고, 부모님을 만나고 싶은 저는 과거로 떠나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당시에는 너무도 어려웠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인데, 지금은 향기로 남아 있습니다. 아프고, 쓰라린 지금의 현실이 나중에는 아름다운 향기를 간직한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과거를 아름다운 향기로 승화시키는 것. 저는 이것을 동작치유의 48째 이야기라 말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