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자의 동작치유 마흔 네 번째 이야기

공자께서는 “나무는 시기를 맞춰서 베고, 짐승 하나를 죽이는 것도 시기를 가려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때’ 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지금쯤 내 집 정원의 뜰은 내게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망울망울 겨자씨보다 작은 씨들이 여물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월동을 준비하기 위해 자기 몫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잡초들의 씨가 매달려 있는 모습들을 보며 나는 멍한 시간을 보냈는데, 그 멍하게 보낸 시간이 향기롭게 느껴졌다. 불필요한 잡초는 눈에 보여 잘 뽑아내면서도 오랫동안 찌들어 떡이 되도록 아집으로 남은 이무거운 것들은 나는 왜 뽑아내지 못하고 있을까?

겉모양은 그대로 남겨 두고 떠난 매미의 허물을 보며 생각해 보니 나는 잡초와 매미만큼도 흉내 낼 수 없는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뽑아 태우고, 정리를 하는 중에 잠깐 쉬면서 하늘을 보았다.

그때, 키 큰 산수유나무 끝이 메말라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까지 나의 정원은 건강해 다양한 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벌과 나비들은 나에게 힐링을 제공해주는 나의 정원이다. 그런데 산수유나무 꼭대기에 있는 가지가 메말라 있었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딸과 함께 사다리를 놓고 자세히 올려다보니 송충이 몇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송충이들은 거기서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남아있는 송충이들이 내년 봄에는 더 많이 번식해 나의 정원을 힘들게 할 것을 알기에 나뭇가지를 잘라 태워버렸다. 저런 미물들도 때를 알고, 때를 준비하며 살고 있다니….

산다는 것은 시절 따라, 인연 따라, 사는 것이다. 그 시절, 그 인연을 보는 것이 바로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다. 오늘 나는 땅에 있는 잡초를 보고, 하늘을 보다 본 송충이를 보고, 내 인생의 겨울준비, 나의 삶의 월동을 위해 침잠한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 나를 눕게 하고, 깊고 맑은 빛이 가슴속을 타고 흘러내리도록 그대로 둘 것이다. 마치 매미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허물처럼.

그 모습을 동작치유의 마흔 일곱 번 째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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