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자의 동작치유 마흔 여섯 번 째 이야기

주변에 뒹구는 쓸모없는 고무 통 2개. 이 통은 해마다 나에게는 충실한 수행 도구이다. 3월말 토마토 모종을 4개 정도를 고무 통에 한 개에 두 포기씩 나누어 심고, 그중 건강한 것은 남기고, 한 개는 뽑아낸다. 이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재배법이다.

그리고 토마토가 붉은 자태를 뽐내는 8월이 오기까지 토마토와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린다. 올해는 모기가 비교적 적게 출몰했지만, 여름이면 나는 모기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유별스럽게 물것에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당의 잡초를 뽑을 때도 주위에 모기향 3개를 피워놓고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럴 때 나 혼자 웃음 짓게 하는 나의 작은 퍼포먼스가 있다. 뒤꼍 토마토 곁순을 작업복 앞주머니에 꼽고, 나의 단발머리핀 위에 월계수관처럼 꼽는 것이다.

그러면 왠지 토마토 가지 순의 특유한 냄새가 향 치유도 시켜주고, 나만의 만족을 느껴 미소 지으며 작업을 하게 된다.

이를 지켜본 딸아이는 늘 이런 나를 보고 웃으며 말을 한다. “토마토 가지월계관을 한 그리스 여신이 또 풀을 뽑고 계시는군요. 소학동 여신님.”

그렇다. 나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과의 소통은 관계 안에서 나와 닮아가고, 난 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스러움이란 아름다움이고 이렇게 단순한 도(道)의 시작을 하게 도와준다. 나와 같은 소인배에게 있어 도는 살아가는 모습 안에서 나를 찾게 해주는 의미 있는 체험이다.

이른 봄. 어린 토마토를 모종포토에서 큰 고무 통에 옮겨 심을 때, 곁순을 따줄 때, 버팀목을 세울 때 하루에도 몇 차례나 들여다보며 토마토의 느린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나와 토마토의 소통이었다.

이제 난 흙 때가 조금 낀 손톱을 코끝에 가져다 본다. 토마토 순을 자를 때 머물러 줬던 그 특유의 향기를 기억하기위해. 그-윽 하다 기억속의 그 향기는.

그것을 나는 동작치유의 마흔 여섯 번째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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