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찬의 잼 있는 중국이야기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여성을 말할 때 '센'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한다. 이는 호텔 앞에서 “가라오케 가자”고 달려드는 여성들 말고 일을 할 줄 아는 여성들을 접해본 한국 남자들 모두의 공통된 표현이다.

반면에 한국에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한국 여성 이야기를 꺼내는 중국인들의 공통된 표현은 ‘타이 커리엔(太可憐)’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 이란다.

남편이 장보기와 주방 일을 도맡아 하는데 익숙한 중국여성들로는 도저히 납득 못할 일들이 한국에선 다반사다. 한국에서는 남자도 쭈뼛거리는 일을 중국 여성들은 주저 없이 해낸다.

중국여성들도 한때는 불쌍한 과거를 보냈다. 특히 남성들의 방랑벽과 무능으로 눈물 속에 세월을 보낸 여성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중국 문학사 속에 즐비한 사내들의 술타령, 시문 속에는 수많은 여성들의 눈물이 숨어 있다.

중국 소설 중 최고의 여성 심리 묘사 작품으로 꼽히는 ‘홍러우멍(???)’이 있다. 이 작품은 중국 문학계의 중심을 이어오던 남성 본위 문학을 마주보며 우뚝 선 여성 문학 작품이다.

이 작품은 중국인의 내면세계를 너무도 섬세하고 방대하게 묘사한 작품이라서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문세계가 따로 존재할 정도다. '홍쉬에(??)란 단어가 그것이다.

작품 속에 비친 여성들의 아름다움과 행복, 기쁨은 모두 남성들이 동정으로 내준 것들이다. 행복의 열쇠는 남성들만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남성들만을 바라보며 울고 웃어야 했던 중국 여성들이 달라져 버린 것이다.

중국 여성들은 시집갈 때 돈을 받았다. 이른바 '핀찐(聘金)‘이다. 물론 이것은 옛날에 여자를 산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중국 여성들의 몸값을 올려놓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중국 여성들을 볼 때 떠오르는 단어는 건강이다. 씩씩함이다.

대륙의 중국 여성-홍콩, 타이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중국 여성에게서 전해지는 느낌은 활력이다. 때로는 터프하다는 느낌까지도 드는 활력이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 여성에게서 느끼는 '세다‘는 느낌은 능력+생활력이 만든 느낌이다. 그녀들과 일을 하거나, 차라도 한잔 할 때면 늘 묘한 기분에 싸인다. 직선적이고 당당한 그녀들의 모습은 매력 그 자체다. 중국 여성들은 거의 모두 직장 생활을 한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마오쩌둥의 공산 혁명이다. 공산주의 요체는 평등이다. 모든 계급은 평지로 내려앉는다. 공산주의를 반긴 것은 노동자와 농민만이 아니었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가장 반겼다. 공산주의가 제공한 평등은 여성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 여성들은 역사 이래 처음으로 주어진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들의 잠재력을 넉넉히 보여 주었다. 타고나길 섬세하게 태어난 데다 음흉하기 그지없는 사내들과 뺀들거리는 자식과 실랑이를 하면서 터득한 대인관계 기술로 사회생활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현대사에 가장 진한 선으로 그어진 문화 대혁명은 기회를 얻은 여성들의 독무대였다. 중국 사회를 피의 회오리로 몰아넣은 이사건의 핵심 인물은 마오쩌둥의 마누라 쨩칭(江?)이었다.

문화대혁명의 선두에서 특유의 섬세함으로 반동을 잡아내고 숙청한 일등 공신들은 여자 홍위병들 이었다. 붉은 깃발을 휘두르며 혁명의 칼날을 휘두른 여성 홍위병들의 기록은 너무도 많다.

중국을 다니는 친구들에게 나는 “중국의 파트너는 남녀를 떠나 일을 기준으로 만나라”고 당부한다. 선입관을 버리라는 얘기다.

한국 남성들이 중국 여성들은 '쎄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중국 여성들이 안다. 때문에 때로는 그녀들은 의도적으로 더 세게 나오곤 한다. 때문에 가끔씩 정의감에 사로잡힌 중국 여성이라도 만나면 일은 더 복잡해진다.

혁명을 경험한 중국인들은 언제나 타도나 개선의 목표를 만나면 맥박이 빨라진다. 교육이란 무서운 것이다. 거의 모든 중국인들에게서,특히 여성들에게서 이러한 분위기는 강하게 퍼져 나온다.

어설프게 중국 여성을 대했다가 타도의 대상으로 찍히면 괴롭다. 현재도 중국 공산당이나, 국영기업들의 중견 간부들 중에는 여자들이 즐비하다. 여성들 특유의 청렴함과 강직함이 그들의 재산이고, 힘이다.

중국에서 이런 여성들을 만나게 되면 한국 남자들은 거의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하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 센 여자들이 사실은 모두 '엄마'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 된다.

물론 중국에서 남성 우월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농촌 지역이나 소도시의 여성들의 경우 우리보다 더 순박한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중국 여성들은 더 이상 분가루만을 날리지는 않는다. '간쭈오(敢作)'한다.' 이는 ‘한다면 한다'는 의미다. 중국 여성들의'간쭈오'는 선무당 칼춤 추듯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능력과 자신감이 뒷받침된 실력들이다.

최근 중국에는 급증하는 남성들의 동성연애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남성의 동성연애가 오늘날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 역사는 의외로 길다. 주로 황실에서 황제와 내시들의 정분이 발단이 되곤 했다.

황제들 중에는 사랑스런(?)내시가 자기 옷을 베고 자는 것을 차마 못 깨워 옷을 잘라버린 친구도 있다. 이를 '뚜안씨유(?袖'-소매를 끊음)라고 한다. 또 복숭아를 서로 이빨 자국을 내면서 나누어 먹은 친구도 있다. 'fen타오(分桃)'라고 한다. 황제의 옷을 자르게 하고 음식을 같이 먹는 일은 역모에 버금가는 행위다.

중국어에서 동성연애를 '뚜안씨유'등으로 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뚜안씨유'의 재등장. 이유가 뚜렷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잠자리(?)의 리드는 언제나 남성이 맡아야 한다는 유교적 강박관념이 해결할 길 없는 난제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는 '센'여자를 거느릴 자신이 없는 친구들의 몸부림이고, 그들이 찾아낸 출구일지도 모른다. 또 여성의 지위 상승과 지나친 남아 선호로 무너진 남녀 성 비율 차이 역시 큰 원인일 수 있다. 한국의 남녀 성 비율은 이상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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