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보이는 산언덕에 초록 빛 사이로 분홍 솜사탕 같은 벚나무 한그루가 눈에 보인다.

아마도 그것은 새의 배설물을 통해 발아(發芽)됐을 것이다. 날씨도 더운데, 파리와 모기가 고장 난 방충망을 알아채고는 나의 심기를 건드린다. 참다못해 고장 난 방충망을 고치기로 하고, 집일을 도와주시는 분을 모셔왔다.

몇 해 전 그분께 진달래나무를 부탁드렸더니 고맙게도 진달래나무와 화살촉나무를 캐다 주셔서 십여 년을 키웠더니 지금 그 나무는 나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아저씨는 화살촉 나무를 보며 “참~ 묘 해유. 나무를 옮겨 심으면 죽는 게 부지기수인데, 산속에 나무들은 어찌도 그리 잘사는지. 새가 똥을 싸서 그런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난 뜨거운 여름 땡볕에서도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자연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아마도 그분은 사는 그대로가 자연 안에서의 삶 이었고, 자기의 삶이 자연과 닮았기에 말 속에 감동이 전해지지 않았나 싶어 나는 아저씨를 힐끔 건너보았다.

묘한 정적 하나가 아저씨와 나 사이에 스쳐지나갔다. 양철 처마 그늘 밑바닥에 푹 주저앉은 그분의 모습이 나에게는 모네의 ‘연꽃정원’보다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아마도 그것은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삶이란 ‘흘러감’이 아니라, ‘익어감’이다. 7월의 이 더위도 씨알을 만드는 데는 꼭 필요한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나는 어떤 역경과 어려움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동작치유의 마흔 다섯 번째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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