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찬의 잼잇는 중국이야기

중국인은 말보다 글을 더 신뢰한다.말로 백마디 나누며 약속을 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헤이쯔 바이즈(黑字白?)'직역하면 흰 종이에 검은 글씨다.중국인들이'확실히 증거를 남깁시다'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것이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그러나 그들은 함부로 붓을 들지 않는다.말은 풍성해도 글에는 더 없이 인색한 것이 중국인이다.중국인과 서류 서명을 할때는 시간을 넉넉히 주어야 한다.보고 보고 또 본다.

중국인들은 유달리 글에 집착한다.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후 맨 먼저 한 일은 글씨를 통일하는 일이었다.진나라는 당시 중원의 서쪽에 위치했다.그들이 중원을 통일 했을때 중국에는 각 방언구역마다 저마다의 문자꼴을 지니고 있었다.말 안통하지,글씨 서로 다르지,통치가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자를 통일했다.이것이 바로'리수(??)라는 글자꼴 이라 한다.마오쩌똥도 중국을 통일하고 문자 개혁에 착수 했다.오늘날의 찌엔티쯔(??字)다.중국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문자의 역사 이기도 하다.

중국인의 문자 집착은 바로 사투리 때문에 발생하는 불분명한 의사소통을 통일된 글자로 확인하면서 생긴 심리다.중국이 자랑하는'수fa(?法)'라는 독특한 예술세계.글씨에 개성을 담은 독특한 예술 장르 서예라는 깊은 심연에는 이런 문자에 대한 집착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인 친구들과 책이라도 선물로 교환할때 종종 느끼는바는 책의 내용보다는 정중하게 쓰는 서명이 얼마나 멋있고 정성이 들어 있나가 더 이야기 거리가 될때가 종종 있다 한다.책보다도 학자적 소양을 한눈에 보여줄수 있는 바로미터가 붓으로 된 서명이다.붓글씨와 인격의 동일시는 동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문화다.

중국인들은 잘 쓰고 못 쓰고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두 붓을 다룰줄 안다.학교에서건 집에서건 여전히 중시되는 전통 교육의 하나가 붓글씨다.연령층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여전히 전통적인 글씨 중시의 문화는 이어지고 있다.

'10의'스十'와 4의쓰(四)'의 발음은 그야말로 지역마다 엿장수 맘대로다.그래서 시장에서 물건을 살때 10을 말할때는 두 검지 손가락을 교차시켜 열십자를 만들어 확인하고 있다.이래서 말보다는 글이 더 절실한것이다.

모든 대학의 중문과에서는 간체자를 배운다.그러나 너무 또박또박한 활자체다.그러나 막상 현장에서는 이렇게 또박또박한 글씨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또박또박한 영어 10년 배워도 미국 영화 볼때면 꼭 안경 껴야 되는 이유와 똑같다.자막 보려고.미국 사람은 사전 처럼 말하지 않는다.중국 사람도 간체자를 교과서처럼 쓰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문체는 두가지 특성이 있다.짧게 쓰기 위해서 구어체 보다는 문어체를 많이 쓴다.그리고 날려 쓴다.쉽기 때문에 구어체인 '바이화(白?)'만 좋아한다.하지만 문어체적인 소양이 없으면 결정적일때 골탕을 먹게 된다.거의 습관적이다

.'주다'의 의미를 쓸때 백화의'게이(?)를 쓰지않고 문어체의'위(予)'를 쓰는 경우도 많다.거기다가 날려 쓴다.추측 만발일 수 밖에 없다.날려 쓰는 글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간체자의 꼴을 정확이 기억해야 한다.

중국어를 배우는 많은 한국인들은 한자와 중국어를 혼동하면서 접근하고 있다.그러나 이것은 위대한 착각이다.간체자를 평소에 세밀히 익히고 써봐야 한다.그래야 날린 글씨의 원형을 유추해 낼수 있다.그 다음에는 다양한 어휘 실력이 필요하다.날린 문체는 앞뒤의 문장을 보면서 뚜드려 맞추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초가 바로 어휘 실력이다.간체자의 자형 유추와 어휘가 서로 부합될때 문장이 해독된다.

중국인들은 대개 자기가 좋아하는 전통필체가 있다.현재 통계적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필체의 대표는 당나라때 두 명필의 글씨다.장군 출신의 안진경 체와 문인 출신의 유공권 체가 바로 대표적인 필체다.진나라때 명필 왕희지 의 글씨를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킨 인물들이다.

안진경의 글씨는 둥글둥글하며 힘차다 한다.획이 굵고 툭툭 던진 필획들이다.속이 터진 사내들의 글씨다.반면에 유공권의 글씨는 획이 다소 가늘고 날카롭다.법도가 엄밀한 글씨로 빈틈없는 구도가 자랑이다.보기만 해도 찬 찬 바람이 쌩쌩분다.중국인들의 필체는 대부분 이 두 스타일을 바탕으로 각자의 개성을 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인들의 서예적 개성은 펜으로 썼지만 붓의 느낌을 유추하면서 개인적인 성격을 충분히 분석해볼수 있다.필획과 글꼴을 보면서 대개의 성격을 추측해볼수 있다.때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막막할때 요긴하게 사용해볼수 있는 비법이다.

상대의 학력이나 연령 등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예를 들어 음은 동일 하지만 글자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틀린 글자를 자주쓴 경우가 많다.'事'와 '士'의 경우 발음은 모두'쓰'다.즉 정확한 글씨를 모르고 음으로만 쓰는 경우다.

이럴경우 문장이 통하지 않게 되는데,이럴때는 우선 동일음을 유추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한자의 원조? 중국이 간자체를 사용하면서 나중 세월이 흘러 한자의 번체자를 배우러 중국인들이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폴등 으로 유학오는 기현상을 우려하는 일부 중국 국수사학자들의 목소리 또한 중국의 한 단면이다.

중국인은 이래저래 간단하지 않다.별수 없다.중국인들 모두가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한 억울하지만 우리들의 좀 더 날카로운 실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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