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구체적인 중국, 중국인“
"너무나 구체적인 중국, 중국인“
  • 김종찬
  • 승인 2019.07.05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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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의 잼 있는 중국이야기-25

설날인 '过年'을 전후한 중국인 가정에는 붉은색 화선지가 한 장씩 붙는다. 보통 사방30센티 정도의 종이에 '福'자나 '春'자를 크게 써서 마름모꼴로 붙인다. 그런데 붙인 모습은 거의 예외 없이 거꾸로다. 이럴 때 괜히 글씨를 거꾸로 붙었다고 아는 체하면 망신 당할 수 있다.

일부로 거꾸로 붙인 것이다. 왜? 복이 쏟아지고 봄이 빨리 오라고, 또 중국어에서 '도착하다'와'거꾸로'는 모두 '따오'로 발음된다. 중국인들은 같은 발음이 만들어 내는 연상을 아주 즐기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인들은 같은 발음이 만들어내는 연상 때문에 특이한 미신과 터부가 많다. 남녀의 선물엔'雨傘"과"扇子"는 절대금물 이다.'산'과"싼"의 발음이 '이산가족'할 때의 "싼"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태극부채를 흔들며 입장했던 예전 한국 대표단이 생각난다. 먹는 배인 '梨子는 이별의 离别와 첫 음이 같아 금기의 선물이다. 시계도 금물이다. 시계의钟과 인생마치는? 終의 발음 때문이다. 신발인 '鞋子'역시 '길 떠나는 물건'이라 역시 선물에서 제외다.

중국인들은 종교의 내세를 잘 믿지 않는다. 그들은 대단히 현세적이다. 불교도 중국에서는 극락을 잃어 버린 것 같다. 중국인들은 죽으면 극락에 가기를 원치 않는다. 다시 한 번 더 태어나기를 원한다. 현세에. 그래서 인생이 불만인 사람들은 '下一辈子'를 입에 달고 산다. '다시 한 번 태어나면'이다.

인도에서 불교가 들어온 지 2,000년이 넘었다. 하지만 극락은 아직도 찾을 길이 없고 ,부처는 그저 담보 없이 대출이나 잘해주는 맘씨 좋은 은행장 정도이다. 선교사들이 피를 흘리며 중국 땅에 발을 디딘 기독교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죽은 후의 천당이 좋긴 하지만 너무도 먼 훗날의 이야기다.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 종교적 내세의 세계는 없다. 중국인들은 미신적이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미신적이다. 그들은 단지 눈앞의 사건이 초능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복과 봄을 기원하면서 글씨를 거꾸로 붙일 만큼 구체적인 사람들이다. 흔히 우리는 중국인을 실용적인 사람들로 알고 있다. 그 실용적 뿌리는 이러한 구체성의 추구에서 비롯된다.

홍콩의 한 노조가 실업문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하면서 거북이를 선물했다 해서 그 이유를 물어 봤다. 거북이처럼 하는 척 하다가 머리를 쏙 집어넣으면 안 돼! 바로 이런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란다.

타이완 총통후보로 나온 사람에게 유권자가 파란무청이 달린 흰 무우를 붉은 끈에 묶어서 선사했다. 이유가 뭘까?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는 바로 청백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청백리로 일해 주십사 하는 애교 섞인 기원이다.

중국인의 미신은 거의 안달 수준에 도달해 있다. 조그마한 관련이라도 있으면 연결해서 의미를 완전하게 만들려고 한다. 또 조그마한 불협화음만 있어도 불안해하며 제거하고자 한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심리를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위안한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밀접한 물질로 위로를 받아야 한다.

또 그 물질은 그냥 보고만 있지 않는다. 자기 몸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씹어 먹던 고아 먹던 확실하게 몸 안에 들여놔야 맘이 놓인다. 미신 행위의 마지막 행태가 늘 먹거나 입어야 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력제 중의 정력제로 꼽히는 해구신은 물개의 거시기(?)다 .그것도 한번 도 암놈을 가까이 하지 않은 물건. 그 다음으로 쳐 주는 것은 사슴의 물건(?)과 꼬리라 한다. 물건은 이해하겠는데, 꼬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국친구의 대답이 걸작이다. 사슴꼬리는 짧지만 24시간 까딱까딱 움직인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상황을 이렇듯 구체적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결혼식 때는 기러기를 상징물로 썼다. 기러기는 평생에 한번 정한 짝과만 지낸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외에도 많고 특히 동네별로 다른 것도 특징이다. 좌우지간 조금 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무조건 연결하거나 피하고 볼일 이라는 게 중국인이다.

그러나 우산이라고 무조건 피하는 건 아니다. 윤8월은 일명 귀신의 달이라 한다. 중국 민간에는 윤8월에 큰 재앙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한다. 어느 해 윤8월에는 도시마다 붉은 우산이 동이 낫다 한다. 붉은색은 길한 색상이다. 사악함을 막아내는 주술적 힘이 있는 붉은색. 그리고 비를 막아주는 우산. 하늘에서 내려오는 재앙을 주술적 힘과 구체적 행동으로 피한다는 것이다. 진지한 방비책에 웃음도 안 나온다.

하얼빈에서는 엄마들이 삶은 달걀을 딸들에게 삶아 먹이느라 야단이 난적이 있다 한다. 속설에 의하면 윤8월에는 엄마와 딸이 상극이 된다 한다. 때문에 달걀을 먹여 상극에 대한 액땜을 하는 것이다. 달걀은 암닭의 분신이다. 즉 미리 달걀을 먹어 어머니와 딸의 상극을 상징적으로 경험해 버리는 것이다. 달걀장수만 대박이 난 꼴이다.

상인들이 돈 귀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 비용을 가급적1,680원에 맞춘다. 1,680을 만,천 등의 단위를 빼고 수로만 읽으면 '이리유빠'가 된다. 이 발음은 '계속 돈이 벌려라'라는'이'一路发'와 발음이 비슷하다. 그래서 1,680원이다.

중국인과 접하다 보면 괜히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상황을 만나게 되는 것은 이런데도 이유가 있다. 뭐 던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확인하다 보니 이것저것 지저분한 물건들이 거치적거린다. 중국인들의 터부나 미신에 걸리면 아예 포기하는 게 낫다.

"믿지는 않더라도 꺼림칙한 것은 하지 않는다"는 속담까지 있으니 알만한 일이다. 중국인들은 아이의 이름을 그냥 짓지 못한다. 따져야 한다. 음양을 따져야 하고 필획을 따져야 한다. 점쟁이가 찍어준 필 획수는 세상없어도 지켜야 한다.

서방의 어느 사회학자가 중국의 한 촌락에서 미신과 관계된 비용을 조사한 일이 있는데 어느 촌락의 경우 일 년 소득의 48퍼센트를 제수거리나 향을 사는데 썼다 한다. 그 지역 농업 재투자에는 소득의 17퍼센트만 쓰고. 중국인들의 거의 모든 집이나 음식점 등에는 자신들이 믿는 미신의 대상들이 향불 앞에 앉아 있다. 그것은 꼭 부처만이 아니다. 때로는 꽌위일 수도 있고 때로는 孔子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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