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사 해월스님의 심우실에서

초대장이 왔습니다. 무령왕 대제에 초대한다는 내용입니다. 음력으로 5월 7일에 돌아갔으니 그 날을 맞춰 1496주기 제사를 모시는 것입니다.

장소는 무령왕릉과 송산리 고분군 근처에 2년여 전에 새로 지은 사당인 숭덕전입니다. 추모 제례에는 몇 번 다녀온 터이고, 백제문화제 오왕추모제를 치르는 곳이기에 대부분 공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데, 나는 지금도 이해가 덜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사당을 짓고는 백제 시조인 온조왕과 문주 삼근 동성 무령왕까지 5왕을 모시더니 지난해는 온조를 내리고, 성왕을 더하여 5왕추모제를 지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는 45세까지 살며 15년을 다스렸던 성왕도 공주에서 추모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해 오고 있으니 그렇게 성왕을 모신데 별다른 이의가 없으나, 기왕에 모신 온조왕을 내려 버린 처사는 조금 알기 어렵습니다.

일단 그것은 그렇다 치고 ‘숭덕전’이라는 전각 이름이 문제입니다. 숭덕전이라는 건물 이름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사당 이름입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백제국 시조인 온조왕의 사당 이름은 ‘숭열전’입니다. 고구려 시조의 사당은 ‘숭의전’입니다.

이미 몇 차례 이야기 해 본 내용인데, 우리 공주는 아직도 5왕추모관 이름을 신라 시조의 전각 이름과 같은 ‘숭덕전’이라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숭열전’으로 하면 나을 것이고, 그도 아니면 애초 정한 숭모전이라 하면 그리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이는데 백제국을 멸망시킨 신라국 시조 사당 이름을 웅진 백제의 오왕 추모관에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숭열전’이라는 온조왕 사당의 이름은 삼국을 통일했다는 김춘추 무열왕의 사당 이름에 숭열전이라 이름 붙여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강릉김씨 종인들이 세운 건물이라 합니다.

거기에 무열왕의 열자를 따다 보니 우연히 숭열전이 된 종중의 사당이지만, 웅진백제 5왕 추모관의 이름은 결코 우연히 지어진 이름이 아니고, 누군가 고의적으로 지었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 ‘숭열전’이라는 이름을 쓰는 무열왕이 바로 신라의 입장에서는 삼국통일의 주역이고, 백제의 입장에서는 백제 패망의 상대국 왕인데, 그 후손들이 ‘숭열전’이라는 이름으로 백제 온조왕의 사당 이름을 쓰고 있으니 그들도 뭘 몰라서 그리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리 하는 것인지 조금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고칠 것은 고치고, 따질 것은 따져서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역사와 공주를 물려주려면 우리는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서 함께 논의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숭열전’이라는 온조왕 사당의 이름을 지을 때 조선시대 다음과 같은 왕명이 있었다고 나옵니다.

"1795년 9월 18일 백제(百濟) 시조(始祖)의 사당의 명칭인 묘호(廟號)를 ‘숭렬전(崇烈殿)’이라 하였다.

광주 판관(廣州 判官) 이시원(李始源)이 아뢰기를, “광주부(廣州府)에 백제 시조의 사당이 있는데 아직도 그 이름이 없으니 외람스럽기만 합니다.

마전(麻田:경기 연천)의 숭의전(崇義殿)이나, 평양(平壤)의 숭령전(崇靈殿)과 같은 예에 의거하여 예문관으로 하여금 편액(扁額)의 이름을 정하게 한 뒤 광주부(廣州府)에서 써서 편액을 거는 것이 좋겠습니다.”하니,

정조가 하교하기를, “역대 후왕(后王)을 제사지내는 곳에는 모두 부르는 이름이 있으니 단군(檀君)과 동명왕(東明王)의 숭령전(崇靈殿)이나, 신라(新羅) 시조의 숭덕전(崇德殿)이나, 고려(高麗) 시조의 숭의전(崇義殿)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런데 유독 백제 시조의 사당에만 아직껏 전호(殿號)가 없다니 이는 흠이 되는 일일 뿐만이 아니라 공사(公私) 간의 문적(文跡)에 이름을 가지고 임시로 일컫는 것은 외람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 할 것이다.

일단 그런 줄 안 이상에는 즉시 바로잡아 고쳐야 마땅하니, ‘숭렬전’이라는 칭호로 문헌비고(文獻備考)와 대전통편(大典通編)·오례의(五禮儀) 등 책을 즉시 세보 개정(洗補 改正)토록 하라.

그리고 마침 연석(筵席)에서 하교하는 일이 있게 되었으니, 숭렬전의 편액(扁額)은 대신에게 명하여 쓰도록 하고, 편액을 거는 날에는 수신(守臣)을 보내어 제사지내 주도록 하라.제문(祭文)은 내가 직접 짓겠다.”하였다."

신라 시조의 ‘숭덕전’보다는 백제 시조의 ‘숭렬전’이 백배 나은데도 올해 역시 ‘숭덕전’이라는 이름으로 초대장이 나오고 보니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령왕 대제에 가서 기회가 되면 공주시장. 문화원장. 향교 전교 등 기관장들이 초아종헌관으로 참여하게 되는 때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나을지 모르지만, 우선 이렇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다시 적어 보는 것입니다.

숭덕전의 장소와 방향 등 여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일단은 전각의 명칭부터 정리하고 난 다음 다른 문제는 서서히 접근하는 방식으로 고칠 것은 고쳐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해 백제문화제 5왕추모제에서는 온조왕의 신위를 내려 땅에 묻은 것 때문에 몇몇 참석자와 언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후문으로 들리거니와 누군가 나의 생각에 동조하는 이가 있어서 홧김에 숭덕전 현판에 붉은 페인트라도 칠하면 그 때는 돌이키기 어려운 불상사가 생길 것입니다.

얼이 빠지면 그 나라는 죽은 것이고, 정신이 살아 있지 못하면 몸은 망하는 것이니 오래 된 문화와 전통 역사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중국에서 벌어 진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우승하고 나서 운동장에서 세리머니를 행하면서 우승 트로피위에 선수 하나가 발을 걸치고 사진을 찍었다가 국제 망신을 당하고, 트로피까지 도로 뺏겼다는 뉴스가 있습니다.

아무리 친선을 도모하는 행사였다지만, 그것을 본 주최국인 중국 관객들이 경기에 진 것도 억울한데 자기네 나라 운동장에서 그런 짓거리를 벌이는 한국 선수단의 행동을 문제를 삼았다 합니다.

사드 배치로 인하여 가뜩이나 혐한의식이 높아지고, 기피대상으로 보는 한국의 국격과 이미지가 공하나, 동작 하나 때문에 한순간에 추락하였던 것을 본보기로 삼아 숭덕전 이름이 하루 빨리 고쳐지기를 바랍니다.

공주가 옛사람들의 발자취를 거대 공룡의 몸체를 야금야금 요리조리 뜯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모인 블랙홀 같고, 하이에나 같은 정부 돈 먹는 하마 같은 곳이 아니고, 미래 대한민국을 선도해 나갈 젊은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노력이 함께 해서 나라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희망의 도시 공주임을 알리는 계기로 삼기를 바랍니다.

공주의 지식인들은 아직 잠자고 있습니까?

아래는 18년에 적었던 글 일부입니다. 지난해 부여도 6대왕 숭모전을 짓겠다 발표가 있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부여와 공주가 대비되는 것이 있습니다. 공주는 20여억원을 들여서 숭덕전을 정면 삼칸집 20여평으로 지었는데, 부여는 30억을 들여서 정면 5칸집 30여평으로 짓는답니다.

경비와 칸수와 면적도 비교되지만, 부여의 숭모전 건축 양식은 백제의 건축 양식인 하앙식 기법을 써서 짓는다는 것입니다.

이 하앙식 기법이라는 것은 지금 현재 전라북도 완주군에 있는 화암사에만 유일하게 남아 전해지는 백제식 건축 양식을 말합니다.

부여는 백제식 건축 양식을 숭모전 추모관 건립에 적용하여 오래도록 역사에 남을 건축을 하겠다고 하는 모습에서 우리 공주가 지은 숭덕전의 모습은 비교가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백제6대왕 숭모전 정전 투시도ⓒ부여군 백제6대왕 숭모전 정전 투시도ⓒ부여군

기왕에 지어 진 건물이니 그냥 쓰자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한번 잘 못 된 것을 그냥 넘기면 이것이 관행이 되어 또 다른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조차 없어지게 됩니다.

하여 사견이지만 나는 ‘숭덕전’의 이름을 ‘숭열전’ 혹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위치와 방향도 주차장 뒷부분 산 어덕이나 왕릉 매표소 쪽으로 옮기고, 남쪽을 향해 위치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성왕의 신위도 한분 더 모셔서 웅진백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숭덕전의 이동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요즘은 지어 진 건축물을 있는 그대로 해체하지 않고 옮기는 최신 공법이 있다 들었습니다. 애초에 자리가 아닌 자리이고, 방향이나 위치는 물론 이름도 이름이 아닌 이름을 썼다면, 이제는 이와 같은 점에서 다각도로 논의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훌륭한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문화재청의 허가를 득하고 지었다지만, 아닌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뜻있는 학자들의 고견을 경청합니다. 백제의 얼과 정신문화를 살리는데 이만한 일보다 더 급한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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