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주교수(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가정의 달 5월이 지나고 있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성년의날(20일), 부부의날(21일)이 모두 5월에 들어 있으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디 그 뿐인가? 근로자의날(1일)도 5월에 들어 있어 가족과 함께 마음 편하게 휴일을 보낼 수 있다.

이렇게 매년 5월이 되면 일 년에 단 하루 일터를 나가지 않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근로자의날로 가정의 달 문을 열고, 집집마다 어린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부모를 공경하는 미풍(美風)을 계승하는 한편, 성년(成年)이 되는 자녀를 축하하며 부부의 도리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일로 가정의 달을 닫는다. 그 사이에 스승의날이 들어 있어 스승을 임금이나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예우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전통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 중에서는 ‘스승의날’을 ‘교육의날’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자고 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민족의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생일인 5월 15일로 정한 스승의날이 교원들에 대한 존경심과 교권 존중의 국민적 인식을 높인다는 취지와 교원들이 제자 사랑의 다짐을 해 본다는 측면에서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과 함께 가정의 달에 들어 있는 사회적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이 가지는 공통 가치는 무엇이며, 가정의 달 5월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단연 ‘효(孝)’라고 본다.

오래 전 통일신라시대에 공주에 상덕(向德)이라는 효자가 있었고, 고려시대 역시 공주에 이복이라는 효자가 있었다고 하는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민족 역사상 대단히 오래된 전통이요,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인데도 ‘효’라고 하면 왠지 그 의미가 추상적이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효행인지도 잘 모르겠고, 또 효는 무조건 부모나 선조, 윗사람에게 무조건 공경하거나 복종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거부적이기까지 하다는 견해를 지닌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정말로 ‘효’라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렵게 하는 덕목인가? 만일 그렇다면 왜 다른 나라에는 없다는 「인성교육 진흥법」을 만들어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라는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핵심가치?덕목 중 효를 법률로까지 규정하여 강조하고 있을까?

필자는 가끔 혼인 주례를 맡게 될 때 새 가정을 꾸리는 신혼부부들에게 “딸, 아들 두어 애지중지 기를 때, 자녀들에게 쏟아주는 정성의 반(半)만 부모에게 배려하면 그것이 곧 효도이니 꼭 그렇게 해보라”고 권해 준다. 그러면서 새로 며느리를 맞이하거나, 사위를 맞이하는 양가 부모들에게는 ‘孝’의 한자 형태 풀이를 통해 효라고 하는 것은 자녀(子)나 젊은이가 부모나 어른(老)를 떠받치듯 무조건 공경하고 복종하는 것만이 효가 아니라 ‘老’와 ‘子’의 사이에 있는 부수 ‘?’에서 볼 수 있듯이 효는 부모나 웃어른이 자녀나 젊은이들을 잘 쓰다듬어 주듯 감싸 주는 미덕 또한 ‘효’라고 생각하니 꼭 그렇게 해 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린다.

약 20년 전, 공주가 효의 고장이라서 효 실천운동을 한창 전개할 당시 관련 업무를 보던 공주시청의 국장은 어느 회의 좌중(座中)에서 바닥에 똑바로 서서 양손과 두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모습이 무슨 글자를 닮았는지 질문을 해서 보니 분명 한글로 ‘효’자로 보이기에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 사람이 똑바로 선 상태에서 양팔을 들고, 적당한 간격으로 두 발을 벌리고 선 모습을 보면 머리와 양 팔의 형태는 ‘ㅗ’, 가슴과 배 부위는 ‘ㅇ’, 그리고 바닥을 딛고 선 두 다리는 ‘ㅛ’와 같이 보이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효’자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이 가장 편한 자세로 팔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이 ‘효’자를 닮은 것과 같이 인간의 본성은 누구나 효성으로 가득하다고 보는 것이 무리일지?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면서 효성으로 충만한 가정과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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