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주 검사 칼럼

법(法)이란 물수(氵)변에 갈 거(去)자이므로 ‘한물' '간 것’이 법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고 실소한 적이 있다.

법이란 한자에서 보듯이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순리를 바탕으로 사회의 정의와 질서를 지키고자 세워진 최종적 기본원칙이라 할 것이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우리는 5,000년 역사에 1,000여 회나 중국과 왜구로부터 침략을 받아 왔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평화를 애호하였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단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국력의 수위가 중국과 일본의 국력수위보다 낮아 그때마다 높은 수위의 물이 낮은 수위로 흘러들어 온 현상이 외적의 침임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겠는가.

높은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물의 흐름과 같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힘이 연약한 낮은 위치의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법이 적용될 때 진정한 평화와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흐르는 물을 둑으로 막으면 어느 시점까지는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으나 일단 둑에 물이 차면 그 물은 걷잡을 수 없이 폭포수가 되어 둑 아래로 내리꽂힌다.

정치를 하는 사람도 흐르는 민심의 물을 둑으로 막는 정치가 아니라 민심의 흐름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물의 흐름과 같은 순리를 따르고, 스스로 법을 지킬 때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는 진정한 민주법치 사회를 이룰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물의 흐름을 둑으로 막았을 경우 둑에 물이 찰 때까지 일시적으로 조용함을 ‘안정’으로 보는 어리석음을 범치 말자.
 
울퉁불퉁한 지면에 물을 부으면 낮은 곳 구석구석까지 물이 골고루 스미는 것과 같이 선정이 낮은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소외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골고루 베풀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정과 번영이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오병주: 1956년 공주출생. 1978 제22회 행정고시 합격, 서울대 법대 졸업, 1997년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현)서울고등법원 부장검사
우리는 다시 한 번 진정한 법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폭력과 감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법과 이성에 따라 순리로써 해결하여 정의와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수단이 법질서와 사회의 안녕을 파괴할 경우에는 이는 민주법치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물과 공기를 더럽히면 결국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를 향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법과 질서를 어길 경우 그 피해가 경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가슴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법이 국민 각자의 정당한 권익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민 모두의 합의 아래 만들어진 공동약속인 인상, 법을 준수함은 자유에 대한 속박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상호보장인 것이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