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산 지나
갈곡천 둑 방길 따라가다
용주골 들어서면
내 누이들의 통곡소리 있어
나도 짐승처럼 울어버리는 땅
누렁이 냄새나는 몸뚱이 아래
그 어린 몸 무참히 짓눌리며
살점은 떨어져 나가고
뜨거운 생피 솟구쳐 오를 때
얼마나 두렵고
얼마나 서러웠을까
죽음 같은 시간 속에
작은 몸 오들오들 떨며
두 눈 감고
두 주먹 꼭 쥔 채
어금니 깨물고
굶주리고 헐벗은
부모 형제들의 모습
사친회비 못 내고 학교에서 쫓기어난
때 꾹 절은 동생들의 얼굴 그리며
피 묻는 고통과 아픔을
혼자 감내하고 감내하였을
가련한 내 누이들
국가는
누렁이들의 아랫도리를 보호 한다고
어리고 연약한 몸뚱이에
지독한 마이신 쏟아 부으며
너희들이 애국자라고
너희들의 몸은
너희 것이 아니고
이 땅의 재산이니 관리 잘 하라며
어리고 작은 고사리 손에
연필대신 콘돔을 쥐어주고
몸과 웃음을 팔라 독려하며
달러를 벌어라 내 몰고는
양공주, 양갈보, 양똥치라 부르며
몸을 파는 더러운 년들이라
뒷 담화 하고 손가락질 하던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나라
이게, 무슨 국가였더냐
콜라병으로 머리 깨고
깨진 콜라병과 맥주병을
자궁 속에 집어 놓고도 부족해
항문에 우산대 쑤셔
식도까지 파열시켜 죽이고도
거만하게 두 눈 부릅뜬 채
거들먹거리고 침을 뱉던 양키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했든가
내 누이의 처절한 죽음 앞에
고개 숙여 애써 외면한
비겁하고 무능한 이 땅의 지도자들
용주골지나 동두천 가는 길
상패동 공동묘지에
짐승의 시체보다도 못하게 던져진
수백 명의 누이들 죽음 앞에
가슴 치며 통곡은 하지 못하더라도
누이들이여
불쌍하고 가련한 내 누이들이여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고
떠도는 시퍼런 죽음들 앞에
고개 숙여 향불 하나쯤 사르는
이 땅의 지도자는 진정 없단 말인가
누이의 선홍빛 살점을 먹고
누이의 검게 타버린 눈물 먹고
이만큼이나 일어서고
이만큼이나 성장한나라 아닌 가
용주골 뒤 돌아 오는 길
자운영 꽃 흐드러지게 피고
개구리 지독히 울던 날
포주에게 머리채 잡혀 끌려가던
오십년 전
내 고향의 한 누이 생각에
가슴은 또 무너져 내렸고
끝내, 난 엎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