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주교수(공주대학교 사범대학)

5월 15일, 내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 공경과 교권 존중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들의 사기와 지위향상을 위해 1982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법정기념일로 정해진 날이다.

본래는 1958년 충남의 강경여고 RCY(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건강이 좋지 않으시거나 퇴직한 선생님들을 방문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활동이 계기가 되어 1963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J.R.C)에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사은행사를 했었다고 한다.

그 이후 1965년부터는 스승의 날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하여 각급학교 및 교직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해 오다가 1973년 정부의 규제로 폐지되었었는데,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해 정부가 법정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스승의 날’이 최근에 와서는 그 의미가 매우 퇴색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올해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한 교원단체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87.4%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하는데, 이렇게 된 것은 학생지도의 어려움, 과중한 업무부담도 있지만 학부모들의 과도한 요구 등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지난 2일에는 현직교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어제 오후까지 3,190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작년에는 아예 스승의 날을 폐지하라는 청원이 있었는데 13,3481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고 한다.

정부가 법으로 정해 기념하고, 학생이나 학부모, 국민들 모두가 자신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을 공경하고 존경해야 당연한 스승의 날이 어떻게 하여 오늘날처럼 현직 교원들이나 학부모, 학생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날로 변모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도 아직은 현직교원이기에 문제의 근원을 국민이나 학부모, 학생에게 전가하기보다는 우리 교원들 속에서 스스로 찾아봄이 어떨까 한다.

지금보다 국가 경제가 훨씬 어려웠던 한국전쟁 직후에도 당시 선생님들은 단벌옷에 보수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열악한 교육환경에서도 오직 하나 ‘제자 사랑’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수많은 인재를 육성하여 왔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하여 제자가 선생님보다 나음을 기쁘게 여겼던 스승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부심이 교육자들로 하여금 평생 교단을 지키게 하는 힘이 되었다.

요즘 세태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줄 필자도 잘 안다. 또한 교육자들이 성직자와 같아야 한다는 말은 더 더욱 아니다. 단지 세상이 아무리 바뀌고,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교육의 본질이 변할 수 없듯이 교육자들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정도(正道)는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엊그제, 음력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에 전국의 수많은 사찰에서 인즉시불(人卽是佛), 심즉시불(心卽是佛)을 법문(法問)하였을 것이다. 사람이 곧 부처요, 평범한 인간이나 부처님이나 다름없이 마음은 그대로가 부처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12일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고 바로 내일 다가오는 스승의 날에, 필자는 물론 우리 교육자 모두가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마음가짐(初心)으로 돌아가서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부처와 같이 소중하게 보았는가를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금 반성해 보는 날로 삼으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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