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자의 동작치유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

4월 22일 백제기악에 대한 공주학연구원에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고 심우성 선생님의 부친이셨던 심이석 선생님께서 만드신 탈과 함께 이해준 교수님, 최선교수님 외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가슴이 뛰었다.

오래전에 있었던 진정한 백제인이란 누구일까에 대한 토론이었다. 연구자들은 기록적으로 너무 부족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 자리에 있던 나는 그러는 와중에도 발바닥에서부터 온기가 심장을 향해 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집으로 향한 후에도 온종일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안에 있었던 것 같았다.

교동초등학교를 다녔던 까닭에 웅진동에 있는 무령왕릉은 학교에서 무척 가까웠다. 나의 어린 시절 지금도 기억이 선명할 정도로 동네가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동네 어른들은 길바닥에 누워 대성통곡도 하고, 어느 누구도 지나가지 못하게 했다. 나는 어른들 뒤에서 그 장면을 생생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 때는 도로가 흙길이었음에도 동네 어르신들은 흙을 길바닥에 누워 뒹굴고 계셨다.

그 자리에는 인품이 좋으셨던 분도 함께 하셨다. 워낙 인품이 좋아서 그런지 많은 동네 어른들과 뒤엉켜있었어도 또렷하게 드러났다. 그분이 역사교수님이신 것은 훗날 내가 사범대학을 다닐 때 알게 됐다.

그때는 몰랐다.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외지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에 이를 저지하느라 당시 동네어르신들이 흙길에서 울고, 뒹굴었다는 것을.

미마지탈의 복원과 제작을 담당한 유석근 명장은 이날 “중국 탈은 무섭고, 일본 탈은 얄밉고, 날카로우며, 우리 미마지탈은 왠지 소박하고 온유하다”고 말했다. 나는 미소로 답했다.

그렇다. 미마지탈의 모습처럼 조금은 부족한, 조금은 헐렁해 보이는 모습이 바로 백제인의 모습일 것이다. 진정한 백제인 이란 은은한 향기와 빛을 잃지 않는 정신을 가진 공주사람이 아닐까. 그런 사람들 모두가 백제인의 후손이고, 백제를 이끌어갈 공주의 사람들이다.

탈 안의 미소를 생각해보는 것을 나는 서른아홉 번 째 동작치유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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