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주

4월 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이다. 5년 전 따스한 봄날 저녁 시간에 즐거운 마음으로 세월호에 올랐던 476명이 인천항에서 출발해서 제주도로 향하던 중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하여 304명이 사망하고 실종된 5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한 대참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 어떤 생명인들 소중하지 않을까? 그래도 생때같았던 고등학생 250명이 꽃을 피워보지 못하고 바닷물 속으로 스러져 갔으니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매년 이 때만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마치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목에 걸린 듯 머리부터 가슴까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 글을 짓고 있는 필자가 그럴진대, 세월호로 자식을 보내고, 부모나 배우자를 여읜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모르기는 해도 이미 가슴이 다 타들어가서 이제는 더 태울 가슴도, 더 울어낼 눈물도 말라버려 사막보다도 더 황폐해졌을 것 같다. 자식을 먼저 보내면 부모는 가슴 속에 묻는다고 말들 하지만, 온통 가슴은 파이고 쪼여 나가 그 어느 곳에 묻을 수나 있을까 ……

지난 2월에는 먼저 간 아들, 딸들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부모를 비롯한 유가족들의 흐느낌 속에 명예 졸업식을 했다고 한다. 마치 동토(凍土)와도 같았던 긴 겨울 땅 속 깊이 떨어져 버린 작은 씨앗이 희미한 빛이라도 찾으려는 간절함 같이 유가족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라도 되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랜 시간 악몽 속에 시달렸을 고통보다도 더 어둡고 길었던 암흑 같은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오기라도 하려는 듯, 뻥 뚫린 가슴을 부여잡고 힘겨워하는 유가족들이 가느다란 봄빛이라도 느낄 수 있듯이 함께 마음 아파해야 하겠다.

5년 전 봄 꽃 피운 길을 뛰어 웃으며 집을 나섰다가 아까운 생명을 바다에 묻은 소중한 우리의 이웃들이 이제는 다시 꽃길을 따라 영원한 안식처로 갔으니, 진심으로 그들에게 명복을 빌어야 하겠다.

오늘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독일의 한 고등학교 합창단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부른 가곡을 또 들어 본다. 세월호 참사 5주년이 된 오늘도 정치 이념이나 이런, 저런 생각들이 달라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더 후벼 파고, 남은 사람들끼리 반목하는 일부 소식을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또 한 번 추슬러 본다.

“나는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임형주의 세월호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듣고, 또 들어 본다. “나는 잠들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가을에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께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께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

이제는 겸허심(謙虛心)으로 우리가 답할 차례인 것 같다. 언제까지 비통해하고 다툴 것인가, 천개의 바람이 된 그들을 위해 우리는 그래도 꽃을 피워야 할 것이 아닌가?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