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이 왔나보다 했는데 벌써 4월 2일이다. 춘 사월이 되니 한 낮에는 제법 날씨가 따뜻해서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이면 나도 모르게 집을 나서고 싶은 좋은 계절이 되었다. 개나리가 만발한 길을 드라이브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벌써 34년째 자동차 운전을 하고 있으니 안전하면서도 즐겁게 드라이브한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만큼 자신도 있다.

필자가 유아교육과 교수가 된 것은 자동차 운전 경력보다도 더 많은 37년이나 되었으니 평생을 영?유아들을 육아하고 교육하는 이론을 많이 접해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나라에서 세군데 밖에 안 되는 국립유치원 중 한 곳을 세우는데 앞장 서 보았고, 또 직접 원장도 역임해 보았고, 유아교육 실천가도 되어 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부모들이 육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제주까지 유치원 교원들이나 부모들에게 “유아교육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강의도 하러 다녀도 보았으니 영유아들을 기르고, 가르치는 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필자가 직접 친손자를 보고 나니 영락없는 초보 할아버지임에 틀림이 없다. 그것도 달랑 133일 밖에 할아버지 노릇(?)을 못해 보았으니 아직도 왕초보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손자가 태어나서 병원의 신생아실에서 울던 첫 모습에서 새로 열고 나온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비록 유리로 막힌 칸막이 너머로 들려오는 그리 크지 않게 들리는 울음소리였지만, 왕초보 할아버지에게는 처음 자동차 핸들을 잡고 도로로 나섰을 때 들렸던 클락션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렸던 것 이다.

그러니 처음 손자를 내 품에 안았을 때 전해져 오는 친 혈육의 따뜻한 체온을 느꼈던 진한 감동이 어떠했겠는지 필자보다 먼저 손주들을 맞이해 보았던 노련한 할아버지들은 잘 아시리라고 본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꼈던 첫 손자의 체온은 133일이 된 지금도 여전히 뜨겁다. “자다가도 웃는다”라는 말의 의미를 아마도 노련한 할아버지 필자들은 또 잘 알고 계시리라.

남이 볼 때는 작고, 볼 품 없는 자동차라도 처음 내가 가졌을 때는 꿈속에서도 나왔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보배롭고 소중한 내 친손자를 어디 자동차에 비교할 수가 있겠는가? 그야말로 바람이 불면 날아갈 새라, 새가 알면 채 갈 새라, 세상에 있는 그 어떤 보물보다도 더 귀하고 귀한 존재가 바로 손주가 아니겠는가?

초보 할아버지는 133일이 된 오늘, 제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몇 번씩은 꼭 손주 사진이라도 보아야 한다. 손자를 직접 만나는 매 주 금요일이 되면 아침부터 싱글벙글 이다. 내 손자에게만큼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아교육 이론을 내던지고 본지 오래이다. 손주에게 향하는 무한사랑 하나면 족하다.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들이 신생아나 영아발달심리학을 공부한 뒤에 노련한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오늘도, 또 내일도, 초보 할아버지는 손자가 전해 줄 뜨거운 체온이 전해져 오길 기다리며 산다. 또 한 주 사이에 얼마나 경이롭게 변해서 나에게 올까 기대가 충만하다.

엊그제는 순식간에 엎치고 아래 잇몸에 치아가 하나 솟아 나오려고 했는데, 며칠 뒤에는 또 무슨 신비로운 일이 있을까? 이런 마음은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들이 육아에 초보이든, 노련하든 상관없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지상정인 것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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