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찬의 잼 있는 중국이야기-30

중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거의 모든 장소에서 들을수 있는 말이 '형제 나라'이다.처음엔 이말이 별 거부감 없이 사용 했고,그냥 그대로 옮기곤 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인들이 그안에 묘한 뉘앙스를 담고 있음이 느껴지면서 조금씩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번의 기회가 있을때 개인적으로 중국친구들 에게 물어 보곤 했다."형제 나라 하는데,도대체 누가 형이야?" "형?뭘 그런걸 물어? "뭐 그냥 사이 좋다는 뜻이지" "그래 그래도 형제는 형 아우가 있게 마련이고,장유유서라고 하듯 형 아우는 구분하게 마련 이잖아?그럼 우리가 형하까? "형 한다고? 야!굳이 따지자면 우리가 형이지 나라도 크고 역사적으로 니네는 우리 신세 많이졌잖아?

그래 이거다.그들은 내색을 안해도 그들은 계속 형이었다.그런데 기분이 참 나쁘다.우리가 언제 부터 중국을 형으로 삼았는지 알수가 없다.다만,그말은 우리가 만든말이 아니고,중국인이 즐겨 말하는 사해동포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사방의 모든 민족이 동포라는 개념에서 파생한 억지이다.

중국인들은 다른 외국들에 대해서는 대부분을 친구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하지만 남달리 한국에 대해서만 형제라는 핏줄 개념을 상기시키려 한다.이렇게 보면 한국과 피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나라는 둘이 된다.하나는 혈맹이라는 미국이며,다른 하나는 형제 나라라는 중국이다.

미국과의 혈맹관계는 6.25전쟁때 그 친구들이 피를 흘렸기에 만든 명칭으로,피로 엮어진 관계이기는 하지만 형제는 아니다.반면에 형제라고 하면 결국 뿌리가 하나라는 이야기다.그들이 한국에 대해서 형제 나라라는 명사를 굳이 사용하는 데에는 한국은 바로 그들과 혈연적으로 한 혈통안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다시 말하면,속국논리에서 나온 그들의 억지이다.

중국인들은 "사기"를 중국 역사서의 시조로 보고 있다.그 내용에 대해서도 거의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있다.물론 이책이 사마천 이라는 걸출한 인물에 대해 대단히 객관적으로 쓰여진 책이기는 하지만,여전히 사실적인 부분에 들어가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한다.

사마천은 젊었을때 중국전역을 거의 다 유람하면서 역사에 대한 안목을 키웠었다.그가 남자구실을 못하게 하는 궁형이란 중형을 받은 어려운 여건속에도 52만자가 넘는 대작을 완성 했지만,과거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잘못기술된 부분도 많다 한다.이 책은 은나라 이후 천년이상 후대에 편찬된 것으로 과거의 기록들은 대부분 전설을 토대로 되어 있다."주나라의 무왕이 은나라 귀족 기자를 조선의 제후로 봉했다.그후 기자는 주나라에 조공을 바쳐 왔으며"사마천의 사기의 한 대목이다.소히 말하는 기자 조선설이다.

그러나 여기에 쓰인 조선은 지금 한반도의 조선이 결코 아니다.그것은 해석상의 오해이며 이미 사라져 버린 같은 이름의 조그만 부락국가를 의미하는 것이다.이 밖에 기자가 주나라에 조공을 바쳐 왔다고 했다.당시 주나라의 수도는 지금의 시안 근처로 이런 지역을 그 많은 백성을 이끌고 이주해 왔다는 것도 황당하고 더구나 조공까지 바치러 갔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이다.

은나라는 중국문화를 시작한 출발점이 된다.그중 기자라는 노인네가 너희 나라 조선으로 갔으니,너희는 바로 잃어버린 내조카뻘 된다는 논리이다.그래서 흔히 조상과의 연계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중국인 특유의 대화문화는 이 전설을 금과옥조처럼 사용하게 된다.

마치 우리네 할아버지가 '뉘집 자식이여? 하던 질문처럼 너희 할아버지가 우리 친척이었다는 핏줄공갈을 언제나 한자리 깔아놓고 진행하는 것이다.이산가족 상봉하듯이 말이다.때문에 가끔식 점잖은 자리에서 우리네 지식층이나 위 신분님들의 입에서 '형제의 나라'운운 듣게 되면 괜히 입술이 말라온다.

물론 그렇다고 치고 싸우자는 뜻이 아니라 그냥 서로 좀더 당당하게 반듯하게,그리고 키높이를 맞춰가면서 눈높이 교제를 하자는 것이다.처음에 만나서 서먹서먹 하니깐 농담삼아 괜히 족보 이야기 하다가 어설픈 형제의 이산가족 상봉을 하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우리도 그냥 미국애들 만나듯이 날씨 이야기하고 그러면 될것이다.또 요즘에'너희들 공장 연기땜에 한국의 하늘이 오염된다'너희 하수도물을 황하에 너무 많이 버리지 마라.우리 바다의 생선에서 냄새난다.'라는 뭐 이런 기죽이는 농담도 건네고 했으면 참 좋겠다.서로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닌데,괜히 의형제를 맺을 필요까지 없다는 뜻이다.우리도 이제는 먹고 살만 하니깐 추스르면서 살기로 하자.그냥 처음부터 덤덤하게 자신있게 지내자는 이야기다.

이런류의 사해동포 하이 코미디?중에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중국 황하의 어느 유역에서 나라를 세웠던 은나라의 후손이라는 주장이 있다.그 주장에 의하면,인디언(Indian)의 발음은 은나라(殷)땅)地)의 사람들(人)을 의미 한다는 것이다.이것은 은지인의 중국어 발음이 '인디런' 인디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이러한 발음으로 볼때,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자기들의 후손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거기다 피부까지 노란색이고 보면 그럴듯 해 보인다.

다행히 노아홍수 이후 하나님이 백인종,흑인종을 갈라놓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온통 중국사람 다 될 뻔하지 않았는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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