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주 칼럼

춥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여기저기에서 꽃 소식이 들려오는 새 봄이 왔다. 기온도 꽤 올라서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도 활기차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립충청국악원을 공주로 유치하려는 시민운동이 제법 탄력을 받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거의 매일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어 짜증나게 하는 날씨와도 같이 ‘공주보 해체’ 문제가 수많은 공주시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22일 “세종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공도교만 유지하고, 보는 해체하며, 백제보는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주지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많은 시민, 단체들이 공주보를 해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관계기관 방문, 집단 시위, 시민 대상 강연회 등 등 본격적인 반대 투쟁에 돌입하였다.

지난 8일 공주시문예회관에서는 공주보 철거반대투쟁위원회 주최로 전문가 초청강연회가 있었는데, 대강당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농업용수 확보, 유네스코 유적 경관 조성 등등의 환경적 기능과 경제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공주보 해체를 절대로 반대한다는 단합된 견해를 강하게 표출하였다.

그러면서 공주보 인근 강물에 녹조가 형성되고 강물이 오염되는 원인은 공주보 때문이기 보다는 유구천, 정안천 등 금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오염원이 그대로 유입되기 때문이니 공주보를 해체하려는 예산으로 지천 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요구를 하였다.

그러나 지난 11일에는 공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주보진실대책위원회에서 공주보 해체 반대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내 놓은 공주보 해체안을 높게 평가했다고 하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주보 해체를 막겠다고 선언하였다. 공주보가 정치쟁점으로까지 부각되었다는 말이다.

일이 이렇게 커지자 뜻 있는 시민들이 나서기 시작하였는데, 언론 칼럼과 인터뷰 등의 방식으로 표출하는 시민들의 의사는 몇 가지로 수렴되는 것 같다.

즉 공주와 아무 연고도,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공주보의 운명을 결정하려고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주시민들로서의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마치 공주시민들이 금강이나 공주보에 대해 이해를 못해서 무조건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거나 가짜뉴스에 휘말린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매우 언짢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흐르는 강물을 보를 막아 가두어 녹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공주보에 담긴 강물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중히 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영국의 템즈강이나,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 미국의 미시시피강, 독일의 라인강 등에 그렇게도 많은 보가 있지만, 보 때문에 녹조가 걱정되어 보를 해체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데도 공주보의 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민들의 뜻에 반해 철거를 한다니 감정이 크게 상한 것이다.

보를 막아 녹조가 생겼기 때문에 보를 해체해야 한다면, 공주보보다도 더 심각한 녹조가 생기는 대청댐도 해체해야 한다는 말도 되지 않겠는가?

만일 대청댐도, 공주보도 자연 생태를 유지하기 위해 모두 해체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재난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제, 오늘 사이에 나오는 보도를 보면 ‘수질과 생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보 해체부터 제시했다’는 보도도 있고, ‘과학적 타당성을 담보하기에는 환경부의 모니터링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지적과 함께 ‘하천 수질이 단순히 보 유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있다.

그래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행스럽게도 환경부는 공주보를 포함해 5개 보 인근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이를 기획위 제시안에 첨부해 6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고하여 해체여부를 최종 판단토록 하겠다고 한다.

나무와 숲이 없는 산을 산이라고 할 수 없듯이, 물이 없이 모래톱만 나와 있는 강을 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자연과 생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정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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