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점점 ‘폐족’이 되어가고 있다. 백제의 왕도에서 충청의 감영으로, 충남의 도읍지에서 세종시 인근의 소도시로 꾸준히(?) 전락하고 있다.

왜 이렇게 비참하게 되었을까? 누가 그랬을까? 공주시민은 다 알고 있다. ‘공주사람’, ‘공주사람’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그랬다. 그것도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이 그랬다.

충남도청이전의 대전이전 때에도, 도청을 환정하지 못하고 홍성, 예산으로 빼앗길 때에도 그 중심에는 ‘공주사람’, ‘공주사람’이라고 떠든 사람들이 있었다.

행복도시 건설 때는 어땠나? 시장부터 국회의원, 시의원, 사회단체장들이 금강 둔치에 모여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공주의 팔다리를 잘라 무상으로 바치기 위한 ‘해괴한’ 집회를 펼쳤다.

지금 공주시도, 대한민국도 미세먼지로 가득 덮여있다. 미래는 보이지 않고, 가슴은 타들어간다. 멀쩡한 공주보도 무너뜨려질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공주시를 받치고 있는 교각도 흔들리고 있다. 공주시의 원도심은 빈 상가들로 우울증을 앓고 있고, 일부 기회주의자들은 세금으로 내 배 채우기에 바쁘다.

시민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외치며 정계에 입문한 일부 정치인들은 초심을 잃고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민심을 저버리는 일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됐다.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하는가. 혈세를 받는 정치인들이 시민을, 지역을 걱정해야 하는데, 세금을 바치는 시민들이 정치를, 지역을 걱정하고 있다.

주인 없는 도시 공주(空主), 망하든, 흥하든 표정만 관리하는 공주(公主), 바른 말하면 찍힐까봐 눈치만 보며 뒷말만 해대는 공주(恐主), 점점 주민이 떠나는 공주(空州), 세종시에 땅과 인구, 재산을 헌납하는 공주(貢州), 팔, 다리를 다 바치고도 공손하기만 한 공주(恭州), 이렇게 바칠 것 다 바치고 공주(空酒 공짜로 얻어먹는 술)조차 얻어먹지 못하는 공주가 정말 불쌍하다.

아무리 율곡이 미래를 내다보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해본들 선조가 말을 듣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역사다. 임진왜란이 나더라도 선조는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갈 뿐이고, 그 피해는 모조리 백성이 감당해야 한다. 지도자를 잘못 만난 백성은 그렇게 슬퍼져야 한다. 북한을 보라.

“시민의 여론에 따라 시민이 결정하게 한다”고? 그러면 시장이 왜 필요한가? 그리고, 정녕 시민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긴 하나? 그러면 시민들이 모여 공주보 철거?해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대놓고 반대를 하지 못하는 것은 대다수의 시민이 찬성해서인가?

“100마리의 사자를 이끄는 양의 집단보다, 100마리의 양을 이끄는 사자의 집단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지도자가 그토록 중요하다는 말이다. 단체든, 나라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이다.

지도자 한명을 잘 뽑으면 나머지 전체 구성원이 가만히 있어도 잘 굴러가게 돼있고, 지도자 한 명을 잘못 뽑으면 나머지 구성원이 아무리 죽을 노력을 해도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없었더라면, 한글 반대론자에 밀려 한글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경부고속도로는 뚫리지 못했을 것이다.

‘지도자’는 남을 이끄는 사람이지, ‘동반자’가 아니다. 당리당략을 떠나 10년 후, 100년 후를 보고 지역의 미래를 흔들림 없이 건설해 가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지도자가 결정을 해야지, 그럴듯한 명분으로 ‘시민’에게 결정을 하도록 맡겨 그에 따른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전의 공주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잘못된 지도자를 가지고 있었고, 지금의 공주시는 선출직은 있으되, 믿고 따를 만한 지도자가 없다. 선출직들을 보면 존경심이 우러러 나와야 하는데, 한숨만 나오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다수결의 원칙’은 현명한 사람이 더 많을 때라야 만이 ‘최선’이지, 그 반대일 때는 아주 ‘최악’이다. ‘민주주의’라는 이름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모면하려면 시민 모두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선출직들을 뽑던지, 설령 선출직을 잘못 뽑았다고 하더라도 잘 이끌어서 똑바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공주시민들은 그동안 스스로 뽑은 선출직들에게 속을 만큼 속았고, 당할 만큼 당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가 뽑은 선출직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당리당략을 떠나 지역과 시민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공주의 무너진 현실을 똑바로 보고, 일으켜 세울 방안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공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선출직들이 시민이 공주(公主)처럼 하고 있어도 공주시를 훌륭한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믿고 맡길 수 있은 인물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어쩌겠나. 부득불 시민이라도 나서서 선출직들의 코를 잡고라도 ‘멍든 공주(空州)’를 ‘왕도 공주(公州)’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주가 더 이상 당리당략, 사리사욕에 찌든 쌍놈들이 단골메뉴로 우려먹는 ‘곰국’이 아닌, 자랑스런 양반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잘 살아갈 ’공국(公國)’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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