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그것도 정월대보름은 또 하나의 뜨거운 달을 품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매번 15일 주기로 보름달이 찾아오는 줄은 익히 알지만, 똑 같은 달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설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정월대보름의 기운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하늘과 땅. 서로의 양과 음의 맞아 생명을 허락하듯, 태초의 생명을 예견하듯 그렇게 달빛은 말을 합니다.

이때부터 부는 바람은 허파를 자극해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겨울잠을 푹 잤던 붉은 간의 움직임도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정월대보름달의 기운 때문이 아닌가합니다.

세상의 움직임은 이때를 정점으로 다시 움직이는 듯합니다. 정월대보름은 참으로 묘한, 마술 같은 절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쯤 논두렁에 발을 딛다보면 땅에서는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고, 옛날생각이 간절하게 피어 오릅니다.

무엇 때문에 뒷간, 장독대, 안방, 부엌, 그리고 구석구석에 밥을 놓아두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으로 보고 싶은 추억입니다.

동네를 돌며 바가지에 얻어 모았던 나물 그리고 잡곡밥. 동무들과 실컷 먹고 나면 아직도 완전히 녹지 않은 논두렁길을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극성스럽게 쥐불놀이에 온통 빠져들었던 모습.

구멍이 숭숭 뚫린 깡통을 돌리다보면 때로는 멀리 깡통이 달아나 이를 찾느라 허둥대며 이리저리 날뛰던 모습.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 느낌입니다.

저는 정월대보름날이 가까워오면 개울 물소리가 얼음을 녹일듯하여 마구 가슴이 두근거려집니다. 그때는 소원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놀이 그 자체가 저에게는 즐거움이고, 저의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 안에서의 자연스러운 놀이 그 자체가 말입니다.

정월대보름. 옛날 양반들의 폼 나는 놀이는 아니지만, 서민들의 놀이였던 대보름 놀이의 추억은 오래된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온전히 나를 치유해줍니다.

맑은 하늘의 별만큼 우리 동네 아이들의 눈은 반짝였고, 함초롬해진 모습과 터질 듯한 얼굴로 널뛰듯 마구 뛰놀던 아이들의 붉은 볼은 복사꽃만큼 행복해보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따듯하게 할 만큼 충분히 따듯했습니다.

또한 모든 악기를 떨칠 듯 여기저기에서 나는 소리는 동네어귀를 돌아 하늘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정월대보름은 대단했습니다. 지금도 지극히 평범한 풍요로움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때 그 놀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는 올해도 잘 살기위해 정월대보름을 기억하려합니다. “무탈하게, 소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멀리, 아주 멀리 쥐불놀이 깡통을 날려 보내려 합니다. 저 달나라까지. 저는 이것을 35번째 동작치유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오늘의 생각해보기

구멍 난 깡통에 쥐불을 지피듯이, 그 통에 소박한 소망 하나를 담아 하얀 보름달을 향해 날려 보내는 느낌으로 달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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