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석(영문학박사, 전 세종시교육감후보)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속에서도 연말, 송년회 등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크라그족’ 이라는 인디언은 12월을 `침묵의 달'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는 말을 아끼고, 한해를 돌아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조용한 송년회를 대신한 일정으로 지인들과 가까운 겨울 산에 올랐다. 산에는 자연적으로 자라난 감나무에 곶감이 된 알맹이가 매달려 있다.

한 톨의 열매 속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지난여름 모진 폭풍과 장마 비를 견디었고, 열대야의 지독한 폭염도 이겨냈고, 화려했던 가을날과 순백의 겨울에 대한 추억도 있다.

나무는 열매로 평가한다. 때로, 산비탈에서도 뿌리를 깊숙이 내려 바위를 칭칭 감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물을 빨아올리는 돌감나무에다 단감을 접붙여 좋은 열매를 수확하기도 한다.

봄에 돋아난 잎을 보고는 도무지 돌감나무인지, 고염나무인지, 좋은 나무인지를 알 수가 없다. 가을이 되어 그 열매를 보고서야 알 수 있다.

우리가 보낸 한해는 어떤 열매로 남았는가? 한참을 걷다 보니,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겨울나무 사이로 오래된 절의 조화가 절묘하다.

아직 얼어붙지 않은 계곡 물이 맑은 소리를 내고 있다. 비록 인공 구조물 이긴 하나, 산의 높이와 물의 흐름을 고려한 조경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을 정화 시켜준다.

자연과 하나 됨은 사람을 절로 사색의 세계로 이끌어주고 ,속세에서 쌓인 억울함과 수많은 관계 속에서의 갈등으로 뒤틀린 마음이 다 풀어지는듯하니 불자가 아니더라도 절에 오면 머리가 맑아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돌아본 세월은 언제나 과녁을 떠난 화살처럼 빨리 지나갔다. 산다는 것은 멈출 수도 없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계속 폐달을 밟아야 하는 자전거 경주와 같다 는 생각이 든다.

힘든 일이 간헐적으로 옥죄어 올 때 삶이 피곤하고, 좌절되기도 했지만,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후회되는 것은 해서 실패한 일이 아니라, 자신감이 없어 아예 시도조차 안 해본 일일 뿐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마음을 비우는 게 최고입니다. 그저 초연해지고 모든 것을 마음에서 내려놓으세요.”라고.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을 살아가면서 그게 쉽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반대되는 마음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내적 균형을 이루는 게 좋다.

할일 많은 세상에 몸은 하나뿐이고, 시간은 제한적이니 모든 것을 지혜롭게 우선순위를 따져볼 일이다. 큰 통을 채우는데 큰 돌을 먼저 넣고 작은 모래를 넣어야지 작은 모래부터 먼저 넣으면 큰 돌을 담을 수가 없다.

우리는 대게 본원적인 원인과 이유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상적인 사실관계에 더욱 집중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핵심을 놓친다.

일마다 때마다 핵심가치를 분별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사회도, 개인도 답답하고 우울한 뉴스가 많았던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산다는 것은 산 너머 산 고비 넘어 고비다. 그리고 꿈 넘어 꿈이 있다. 2018년의 끝은 2019년의 시작과 이어진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모는 일은 잘 될 거라고, 실패가 아닌 성공이고, 비참하지 않고 행복하게 되리라는 절대 긍정의 태도를 갖는 것이 가장 소중한 습관이다.

생각의 반등을 시도해 보자. 희망의 씨앗을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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