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취미인 유구양은 김성환 사장

공주시 유구읍 유구시장에서 40여 년째 '유구양은' 그릇가게를 운영하는 김성환 사장은 요즈음 글 쓰는 게 취미다.

김 사장은 “가게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다 심심해 끄적끄적 하다 보니 참 재밌더라고요. 글쓰기를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어요. 어디서 가르치는지도 모르고요.

매일 시장에 나와 있으니 누굴 만날 시간도 없고, 더군다나 글공부할 시간은 엄두가 나지 않지요. 그렇다고 학교를 제대로 다닌 것도 아니고, 어쩌다 장사를 배워 그릇가게를 한지 40여 년째가 됩니다.

옛날에는 유구장이 엄청났어요. 사람도 많고, 장사도 잘되고, 정신없이 살았는데 요즘에는 사람도 없으니 장사도 너무 안 되고 한산해요. 그러다 보니 시간적으로 여유도 생기고, 글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더군요.

그렇지만 배움이 짧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몰랐었는데, SNS에 저의 집 뜨락의 꽃들을 글로 담아 올렸더니 제 글을 칭찬하는 친구들이 생겨 재미가 붙었고, 제 글을 보고 공감해 주시는 분도 생기니 더 글을 잘 쓰고 싶어졌어요. SNS 덕분에 제 글이 예산 문예지에도 실린 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시작한 글쓰기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지요.”라고 말한다.

유구 세동리가 고향인 김성환 사장은 유구 토박이로, 유구 시장 옆에 넓은 정원이 달린 집에 살고 있다. 김 사장이 일기를 쓰듯 SNS에 남기는 진솔한 이야기 속에는 가족, 그리운 부모님, 주변 사는 이야기, 유구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김 사장은 이런 이야기들을 언젠가 ‘나의 삶, 살아온 길’을 책으로 펴내고 싶다“ 며 소망이 이루어지길 꿈꾸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이하 김성환 사장이 SNS에 올린 글)

2016. 7.

나의 고향은 공주시 유구읍 세동리 13번지. 출생할 때는 사곡면 세동리였다. 지금은 도로가 나고 도로포장이 되어 자동차가 맘대로 다녀 교통이 편리하지만 그때는 조그만 소로 길 산을 넘고 또 넘어 조그만 비탈길 개울을 건너고 건너 돌고 또 돌아 초등학교를 다녀야했다.

초등학교를 가려면 1시간이나 걸어서간다. 겨울에는 눈이 와 꽁꽁 언 신발을 신고 넘어지면서 산길을 가야했다. 그래도 그때는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 인줄 알고 별 불편 없이 또 불평 없이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며칠 안 빠지고 학교를 다녔다.

중략 ~~

점심을 못 갖고 오는 학생이 부지기수 고구마 몇 개를 가지고 와 끼니를 때우는 학생도 있고, 굶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학교에서 강냉이 죽을 쑤어 배식을 했다. 그 얼마나 그 맛이 좋았던지 지금도 한 그릇 먹고 싶다. 노란 옥수수 죽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강냉이 죽 큰 곰 통에서 한 그릇씩 배식했던 그때 그 선생님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힘들게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진학하는 학생 수가 고작 7명. 48명이 졸업했는데 7명이라니 얼마나 가난했던지 짐작이 간다.

2018.1.

칼바람 휘몰아치는 장날 하루 종일 손님 없는 가게 썰렁한 가게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행여 손님이라도 오실라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립니다.

이미 상권은 대형마트로 다 넘어가 실질적으로 수입이랄 게 없는 쬐그만 식품점 하루 종일 손님 없는 가게에서 한 할머니가 꾸부정하게 덜덜 떨면서 손님을 기다린다.

2018.10.30.

곱고 고운 색 골라 그림을 그립니다. 빨갛게 파랗게 노랗게 눈부시도록 눈이 시리도록 온 누리가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바쁜 일손 멈추고 그대 찾아 산에 오릅니다. 어젯밤 비바람에 우수수 우수수 낙엽 되어 찬바람에 뒹굽니다. 바스락 바스락 한발 한발 걸음마다 그대 아픈 소리 내 맘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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