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찬의 잼 있는 중국이야기-19

중국은 법치가 불가능한 나라, 아니, 법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나라다. 많은 중국 정치학자들이 인정하듯 중국은 진시황과 한나라 이후로 인치로 통치되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

한나라 때의 쓰마치엔이 ‘사기"’를 쓰면서 ‘열전’이란 것을 첨 만들어 냈는데, 열전이란 다름 아닌 정치 인물의 역사이다, 그러니까 쓰마치엔은 “정치 인물을 들어 나라의 역사를 기술 하겠다”는 입장을 맨 처음 시도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연이어 중국의 역사, 나아가서는 동양의 역사를 기술하는 대표적인 기법이 됐다. 사람의 역사가 나라의 역사가 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 사람이 바로 나라가 된다는 뜻도 된다. 다시 늘여 말하면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된 것이 바로 역사라는 말이 된다.

이게 논리고, 지금도 타당한 것이라면 현대 중국의 이해는 마오쩌둥, 떵샤오핑, 짱저민 이 세 사람의 이해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잇다.

마오의 역사적 업적을 꿰뚫어서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은 단 한마디로 족하다. '?身-몸을 뒤집다'이다. 공산주의의 요체가 뭔가? 바로 ‘신분전환’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사람의 몸값이 승진을 통해 달라지지만, 공산주의 에서는 '뒤집음-?身‘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 싫은 자들이여!” 중화인민 공화국 국가의 첫 소절의 가슴 떨리는 선언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신들을 노예라고 스스로 느꼈던 중국인들은 일어낫다.

그리고 혁명은 성공했다. 하지만 생각하면 우습다. 기꺼이 자신들을 노예라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니, 자신들 스스로를 노예라고 인정하는 다수의 사람들 그들을 상대로 미래를 약속하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너희들 뒤집어주마” 마오는 중국 인민들을 생선 뒤집듯이 쉽사리 뒤집었다.

마오는 '인민은 물이고, 유격대는 물고기다'라는 명 카피를 동원해서 군인과 민간인을 한 덩어리로 만들고, 전장과 보급선을 한 카테고리로 만들었다.

미국식 군사이론으로 무장한 장지에스의 국민당 군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게릴라 전술의 모체가 될 줄이야. 그리고 이 게릴라 전술을 전수받은 월맹군이 막강한 미군을 주저앉히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겠는가?

흔히 마오의 명언으로 일컫는 '총구에서 정권이 나온다'는 이런 심리적 카피를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나 이해할 수 잇는 내용이다.

'총구에서 정권이 나온다'는 말로 마오를 무식한 촌로로 몰아붙이는 것은 마오의 왕성한 독서량을 알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자치통감, 홍루몽, 수호지 등의 잡서 속에서 마오는 중국인들을 읽어냈다. 한 번도 신분이 뒤바뀌어 본 일이 없는 존재들이 중국인이었다는 점을, 그러나 끊임없이 불만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중국인들은 ‘법’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감'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그리고 중국인을 움직이려면 끊임없이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는 욕구를 '감'잡아야 한다는 것을, 마오, 그가 잡은 감은 무엇 이었을까? 바로 ’?身‘이었다.

신분의 변환. 지금 보면 별거 아닌듯해 보이지만, 하지만 “너희들은 노예다. 그런데 내가 너희들을 확실히 뒤집어 주겠다”는 확약은 당시의 정황을 살펴볼수록 대단한 통찰력의 결과 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 마오. 그는 사실 어떤 면에서는 심리술사였다. 중국역사5000년 속에 감추어진 인민들의 깊은 욕구, 운명처럼 뒤 바뀔 수 없다는 체념을 아니다 달라질 수 있다라는 신념으로 바꾸어놓은 그가 중국을 가장 넓게 통일한 인물로 기록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마오 역시 중국 정치사에 등장했던 황제였고, ‘대약진 운동’ 이라며 달걀을 던져도 깨어지지 않을 정도로 벼를 빽빽이 심어 결국 농사를 망치는 미련을 떨기도 했지만, 적어도 그는 진심은 있었다. 인민들을 한번 잘살게 해보겠다는 그는 황제의 힘으로 인민들을 풀어 놓았다.

노예에서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음양의 음으로서의 여성에서 사람으로서의 여자로, 이점이 마오가 역대의 황제들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그러나 그 역시 권력의 달콤함을 초연히 털어버리는 일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인치로 얻은 정권을 인치로 잃었다고나 할까? 바로 마오쩌둥이 혹시나 해서 중국남부로 유배시켜 버린 덩샤오핑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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