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찬의 잼 있는 중국이야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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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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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속의 중국인 老三届"

만일 외국인이 우리의 ‘386세대’라는 말을 이해한다면, 그는 한국의 현대사회를 어지간히 꿰뚫는 사람이다. 그렇듯이 만일 중국어의 ‘라오싼지에(老三届)’를 이해하고 화두를 꺼내면 그는 "중국 현대사회를 어지간히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중국인들이 인정할 것이다.

'老(노)'란 명칭 앞에 붙이는 구어체 표현이며, ‘三’은 혁명이 가장 격했던 초기3년 1966,1967,1968년을 뜻한다. '届'는 ‘학년’을 나타내는 특수한 명칭이다. 따라서 전체의 뜻은 '혁명초기 3년여 동안 유달리 흥분했던 중학교, 고등학교 1.2.3학년 십대들이 된다. 이들의 나이는 이제 60대 후반이 됐다.

'文化大革命' 당시 모든 것은 向东-마오쩌둥을 향해야 했다. 아닌 것은 모조리 숙청됐다. 중학교, 고등학교 1.2.3학년 초반의 철없는 아이들로 구성된 이른바 ‘红衞兵(홍위병)’의 등장으로 1966~1976년 마오쩌둥의 중국은 이 10대들에 의해 쑥대밭이 됐고, 당연히 모든 학교는 문을 닫았다.

행동강령은 아주 간단했다. “배운 놈들, 가진 놈들, 나이든 놈들은 모두 박살내라”는 것이었다. 열 서너 살짜리가 무슨 이데올로기를 이해했겠는가?

시험 어렵게 내던 선생, 잔소리 많던 동네 훈장, 연애하던 급우 모두 이들의 타도대상이었다. 자식이 아버지를 고발하고, 몽둥이로 아버지의 머리통을 깨고, 연애하던 남녀 학생들은 반동이 되어 터지고 퇴학을 당했다.

'东方红,太阳昇' 동녁을 붉히며 떠오르는 태양은 당연히 마오쩌둥이었다. 이 피에 취한 10년간을 흔히 ‘披孔批林’ 즉 공자와 유림을 비판했던 기간 등으로 묘사하지만, 사람고기를 구워먹는 당시의 참상을 보노라면 '피콩피린'은 오히려 후한 표현이다.

이들은 “잠든 인민을 깨워야 한다”며 농촌으로 산지로 들어갔다. 向山下乡이었다. 산으로 올라가고, 고향으로 내려갔다。“글공부는 생산과 관련이 없다. 노동만이 신성한 것이다”라며 그들은 10년의 세월들을 자신들의 조국에 바쳤다.

자신만이 민족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 되어버린, 피와 폭력으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버린 십대들의 광기. 지금도 많은 중국인들은 '원화따거밍'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를 싫어한다. 생각하기조차 처참하고 부끄러운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들을 중국인들은 '라오싼지에'라고 부른다.

이들을 보면 이런 특징이 있는 것 같다.

1,가장 중요한 사기에 10년간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기초지식이 약하다. 2.터무니없는 행동에 빠졌기에 자신의 과거에 대한 좌절감이 심하다. 3.그러나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4.강직하고 책임감이 투철하다. 5.1990년대 중반부터 간부 연소화 정책에 의해 대거 요직에 등장하면서 중국사회의 핵심세력들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라오싼지에 보다 젊은 중국인들, 즉 40세 이하 정도는 대부분' 원화따거밍'이 끝나고 1979년부터 시작된 开革开放시대부터 초‧중‧고‧대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따라서 이들은 존댓말을 잘 모른다. '원화 따거밍'기간에 말투 자체를 모조리 평어체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 때 서식, 편지 등의 문장도 모조리 평이한 표현으로 바꾸어 버렸다. 同志의 시대에 계급은 철저히 숙청됐다. 언어까지도 말이다. 흔히 중국어는 존댓말이 없고, 모두 반말이라고 알고 있다. 지시대명사에 있는' 닌'뿐이다. ‘하셨습니다'따위의 어미 변화형 존칭어는 물론 없다.

이는 우리와 언어구조가 다르기 때문으로, 중국어의 존칭어는 매우 어렵다. 특별한 어휘를 가지고 존경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봐라’의 '看'을 ‘보십시오’의 '过目'로 하는 표현은 상당히 고급 표현이다. 그런데 라오싼지에를 기준으로 그 이하 세대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또 전통방식의 편지를 쓰는 방식도 전혀 모른다. 편지대신에 당당하게 大字报로 혁명정신을 토로할 뿐이다. ]

전통의 서신방식은 시작과 처음의 수식어가 명확하고, 글의 위치도 명확히 따진다. 상대방의 이름은 크기를 작게 쓴다. 그리고 내려쓸 때는 우측으로 비껴쓰고, 또 상대방의 기관이나, 회사, 학교의 명칭을 쓸 때는 앞의 한 칸을 비운다.

또 편지지를 접을 때는 내용이 밖으로 나오도록 뒤집어서 접는다. 우리와 정반대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름이 봉투를 열면 나타나도록 한다. 자신의 이름이 있는 아래 부분은 위로 접는다. 그러면 내 이름이 상대방 이름 앞에 엎드린 모습이 된다. 극 존경의 표시다.

그러나 이런 문화를 모조리 타도해 버렸다. 이름조차 '문화대혁명'이었다. 따라서 40대 이하 중국인들은 이러한 형식을 쓰지 않는다. 아니 잘 모른다. 그러나 60대 이상 대도시에서 공부깨나 한 분들은 이런 방식으로 편지을 쓰면 상당히 좋아한다. 이들에게는 아직도 중국 전통문화의 느낌이 상당부분 강하게 남아있다.

'有学问'는 ‘학식이 있다’는 중국어 표현이다. 이 세대들은 다분히 과거 지향적이다. 이야기를 진행할 때도 마디마디 점잖고, 무협지에 나오는 도인들처럼 자세도 반듯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전통적인 학설에 매달리고, 진부하기도 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作人-(사람됨)은 중국의 여러 세대 중 가장 한국인과 어울리기 쉬운 계층일수 있음을 보여준다.

라오싼지에. 생각할수록 그들은 현대중국 역사의 희생양이다. 그들보다 위 세대처럼 여유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 세대처럼 자유스러운 것도 아닌, 시대에 헌신 했지만, 시대로 부터 버림받았던 세대들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다시 이들의 혁명정신에 미래를 걸고 있다. 일생에 두 번 째 찾아온 혁명의 기회. 그들은 그것을 어떻게 활용 할 것인가?

주변에 중국친구나 파트너가 있다면 '니하오'와 '런쓰니 헌까오싱' 대신에 '라오싼지에'를 한번 꺼내보고, 전통방식의 편지 한통을 써보는 건 어떨까? 作人이'有学问'라며 우리를 달리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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