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순 얼굴을 내민 햇살. 그 햇살은 창문에만 드리워진 것만이 아니라, 제 가슴속에도 깊이 잠겨 있습니다.

그 햇살을 받으며 나를 만나기 위해 나는 심산 속으로 들어가 나를 찾고, 나를 찾는 그 작업만으로도 축복으로 느껴지는 10월입니다.

어릴 적 돋보기를 이용해 신문에 불을 붙인 적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햇빛을 붙잡고 있어야 하지만, 신문지에 동그랗게 구명을 내면서 탈 때의 냄새가 좋았습니다. 지금도 코끝에 머물고 있습니다.

꽃집의 국화는 벌써 가을을 가득 머금고 있는데, 저희 집 앞마당의 국화는 아직 때가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나 봅니다.

가끔 덕담을 해주시는 스님께서 “어쩌면 만든 인연이 더 소중하다”는 말씀이 오늘따라 더 가슴에 다가옵니다.

세상의 어려움은 삶의 과정에서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그런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인생도 10월의 국화처럼 향기를 뿜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0월 국화의 향기를 아는 사람은 세상사의 어려움도 알고, 인연의 소중함도 알고, 세월의 무상함도 아는 사람입니다.

이제 두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 그 안에 어떤 향기를 담아야만 올 한해를 특별한 해로 기억하게 되고 만들 수 있을지….

사람과의 인연, 세상과의 인연, 자연과의 인연에 대한 성찰과 자줏빛 소국의 향기를 함께 느끼기 위한 작업을 동작치유의 27번째 이야기라고 하고 싶습니다.

해보기 : 가을의 따듯한 햇살로 돋보기로 신문지를 비추듯

손을 둥글게 모아 마음을 향해 햇살을 모아본다.

가슴으로, 그리고 나의 원형으로

모아놓은 햇살을 자주색 향기로 덮어 가슴으로 느껴본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