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月5日(음력 7월 27일). 바람이 살랑살랑 말을 합니다. 뜸북 뜸북 뜸북새…서울 가신 오빠가 빨간 구두를 사올 추석이 보름 남짓 남았다고.

앞마당의 붉은 고추가 뜨거운 햇살아래서 온몸으로 가을을 맞이하고, 묵은쌀의 벌레를 내보내려 쭉 펴 놓은 커다란 포대종이 위에 하얀 쌀은 그대로가 축복이고, 돌아올 가족들을 환영하려는 아저씨들의 예초기소리가 노랫가락보다 흥이 납니다. 그 소리를 감싸고 내게 실바람을 타고 와준 칡꽃 향은 그냥 그 자체가 천국입니다.

해마다 보아온 풍경이고, 향이련만, 워낙 길고 어려웠던 폭염의 시간들이 기억 속에서 아직도 머물러 아침저녁의 선선한 공기 그 자체가 고마움으로 다가옵니다.

어찌 하다 보니 벌써 얄팍해진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의 부피에 조금 씁쓸하기도 한 계절이 되었지만, 그래도 참으로 귀한 하루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이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순간, 저의 눈에 껑충 피어올라온 부추꽃이 제 마음을 잡습니다. 소나무는 욕심쟁이라서 어느 것도 잘 허락하지 않는 나무이지요. 송이버섯만은 허락이 됩니다.

어느 날 무심하게 날아온 부추 씨가 소나무 아래 자리를 잡아 16년이 지난 지금의 가을 이맘때쯤이면 소박한 하얀 별꽃을 아기가 손에 별을 담은 듯한 모습으로 꽃을 피웁니다.

송편 솔잎이 절정인 이 시기에 그 소나무 밑에 작은 군락을 이룬 부추꽃은 저 같은 속인(俗人)들을 정화시켜주는 소박한 꽃입니다.

어느 꽃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향기도 없고, 채소로만 보여 진 꽃. 그것을 꽃으로 보고 이렇게 마음을 잡아놓을 수 있었음은 세월의 힘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지난 시간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을 25번째 동작치유 이야기라 말하고 싶습니다.

해보기 : 부추꽃 모양의 하얀 별을 손에 담아본다.

손에 담긴 별의 소리를 가을바람과 함께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것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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