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세월의 향기를 머금은
부추꽃, 세월의 향기를 머금은
  • 강희자
  • 승인 2018.09.06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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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자의 동작치유 25번째 이야기

9月5日(음력 7월 27일). 바람이 살랑살랑 말을 합니다. 뜸북 뜸북 뜸북새…서울 가신 오빠가 빨간 구두를 사올 추석이 보름 남짓 남았다고.

앞마당의 붉은 고추가 뜨거운 햇살아래서 온몸으로 가을을 맞이하고, 묵은쌀의 벌레를 내보내려 쭉 펴 놓은 커다란 포대종이 위에 하얀 쌀은 그대로가 축복이고, 돌아올 가족들을 환영하려는 아저씨들의 예초기소리가 노랫가락보다 흥이 납니다. 그 소리를 감싸고 내게 실바람을 타고 와준 칡꽃 향은 그냥 그 자체가 천국입니다.

해마다 보아온 풍경이고, 향이련만, 워낙 길고 어려웠던 폭염의 시간들이 기억 속에서 아직도 머물러 아침저녁의 선선한 공기 그 자체가 고마움으로 다가옵니다.

어찌 하다 보니 벌써 얄팍해진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의 부피에 조금 씁쓸하기도 한 계절이 되었지만, 그래도 참으로 귀한 하루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이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순간, 저의 눈에 껑충 피어올라온 부추꽃이 제 마음을 잡습니다. 소나무는 욕심쟁이라서 어느 것도 잘 허락하지 않는 나무이지요. 송이버섯만은 허락이 됩니다.

어느 날 무심하게 날아온 부추 씨가 소나무 아래 자리를 잡아 16년이 지난 지금의 가을 이맘때쯤이면 소박한 하얀 별꽃을 아기가 손에 별을 담은 듯한 모습으로 꽃을 피웁니다.

송편 솔잎이 절정인 이 시기에 그 소나무 밑에 작은 군락을 이룬 부추꽃은 저 같은 속인(俗人)들을 정화시켜주는 소박한 꽃입니다.

어느 꽃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향기도 없고, 채소로만 보여 진 꽃. 그것을 꽃으로 보고 이렇게 마음을 잡아놓을 수 있었음은 세월의 힘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지난 시간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을 25번째 동작치유 이야기라 말하고 싶습니다.

해보기 : 부추꽃 모양의 하얀 별을 손에 담아본다.

손에 담긴 별의 소리를 가을바람과 함께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것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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