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산 말랭이 해의 그림자가 짧아졌다. 시간은 세월의 옷을 입고 흐르고 있고, 분홍 상사화는 낮은 담장 밑에 무리를 지어 얼굴 도장을 찍는다.

‘잎과 꽃이 함께 만날 수 없다’하여 이름 붙여진 꽃 ‘상사화’는 유행가 가사와 참으로 닮았다. 신명이 좋은 후배가 상사화 꽃잎에 앉아 흔들며 ‘안동역에서’를 노래한다.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대답 없는 사람아!” 유행가 가사가 상사화, 초등교사인 후배의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니 꽃의 이름이 더욱 애절해 보인다.

막바지 여름을 보내는 잡초들의 몸부림일까? 잡초들의 씨알이 굵직굵직한 것이 장난이 아니다. 엉거주춤 쭈그려 앉아 풀을 뽑다보니 손끝에 잡초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제 떠나야 할 계절임을 아는 듯 잡초는 대지에 안겨 좀처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땅에 바짝 붙어 자라는 비단풀(땅 빈대)를 보면 꼭 나를 보는 듯하다. 뽑히지 않으려 몸부림을 치는….

 

뽑히지 앉으려 발버둥을 치다가 잘라져버린 순에서 나오는 하얀 진액이 마치 나의 아픈 기억처럼 손끝에서 떨어지지 않고 찐득하게 붙어있다.

지우려, 기억해 내려 하지 않아도 많이 힘들게 했던 아픈 추억은 나에게 그렇게 달라붙어 있었고, 일찍 혼자가 된 뒤에서야 그 숭고함을 알게 되었다.

남편의 기일인 오늘 나는 비단풀(땅 빈대)의 하얀 사랑의 진액을 나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고약처럼 붙여본다. 검디검은 사랑의 고약을 나의 가슴에 “고맙고, 미안했다”고….

나는 이것을 동작치유의 24번째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해보기 : 자연에서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돌멩이, 나뭇잎, 풀, 꽃, 등)을 손에 담아본다.

주운 것을 오른손에 올려놓고 심장위에 붙이듯 가져다 댄다.

이때 왼손은 손등이 등 뒤에 살포시 올린다.

그리고 지긋이 먼 곳을 바라보며 마음의 상처에 고약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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