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무의 2018 실크로드여행기-8

3. 바람 부는 데로

8일 째날(마지막 날)- 우루무치-천산천지-신강 박물관

우루무치는 유난히 검문검색이 많았다. 홍체검사도 했다. 이는 신강자치구가 중국으로부터 독립할까 두려워서 그런 것으로, 관광지, 고속도로, 호텔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꼭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 만큼 치안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는 하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는 늘 이런저런 상념들이 춤을 춘다.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과 아쉬움, 사람이 사람에게 느끼는 사사로운 감정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에 하늘빛은 닮은 파란 스카프를 놓쳤다. 나는 내 잔재를 보내듯 그냥 그렇게 날려 보냈다. 그래, 바람이 부는 대로 그렇게 살자!

‘신강박물관’은 실크로드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신강지역의 사람들의 흥미로운 전시물들이 수장되어 있다.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며 도록 한 권과 실크로드에서 생산되는 비단스카프도 한 장 사고, 원석으로 된 팔찌도 샀다. 가격이야 비싼 것 일수록 좋다지만, 일 년이면 몇 번씩 해외에 오가는지라 분수에 맞게 적당한 가격으로 골랐다.

돌아서 나오는데 저만치서 십대정도로 보이는 어린소녀가 손 마이크를 사용하면서 또렷한 목소리로 해설을 한다.

삼십 여명의 중국인들은 이 소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건조했던 눈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의 특이한 눈물샘이 발동에 걸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동행했던 여선생님께서 내 손을 잡으며 말씀하신다. “저 아이는 오히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을 거야. 이 거대한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잖아.”

생각해 보니 그랬다. 사람들은 자기 잣대에 기준을 둔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 주어진 책임을 다하며 살아간다. 소녀도 혼신을 다해 본인에게 충실하고 있는 것이었다.

-8박9일의 여행을 마치며

여행은 우리에게 세 가지의 유익을 선물한다. 첫째는 타 지역에 대한 역사, 문화, 살아가는 모습에 관한 지식, 둘째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착, 고마움, 마지막 셋째는 내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버킷리스트중 하나를 실천 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자아의 세계를 찾게 된 것이 큰 기쁨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내 안에 꽁꽁 묶여져 있던 시적 영혼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 시적 영혼을 수면위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참으로 커다란 수확이었다.

또한 광활하지도, 거대하지도 않은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체구의 공산성과 유유히 흐르는 금강,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골목들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주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산 아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하늘에 별들이 한 눈 팔아가며 쉬었다 가는 백제왕국의 고도 공주가 얼마나 포근한 도시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

이 글에 거론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나의 노트에 빼곡히 차 있다. 거기에는 순간순간 느꼈던 감회들을 모아 정리해 두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내 육신의 불편함이 생길 즈음에 골방에 앉아 작은 문집을 하나 펴내려고 한다.

여행은 두 다리 건강 할 때 실천 하는 것.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함께한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며 죽어서도 못 잊을 실크로드의 여행의 기회를 마련해 주신 특급뉴스의 김광섭 대표께 고마움을 전한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