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낙타의 눈물

다섯째 날- 가욕관, 돈황, 명사산, 월아천

수많은 대상들이 낙타에 짐을 싣고 서역을 오가던 실크로드. 산언덕의 모래들이 바람에 굴러다니면서 나는 소리가 마치 울음소리 같았단다. 그렇게 유래한 '명사산(鳴砂山)'에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이른 새벽 명사산에 도착했다. 어둠속에도 많은 사람들이 벌써 매표소입구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현지인은 일행 중 체격이 작은 우리 5명을 마치 간택(?)받은 것처럼 데리고 가더니 외소하거나 늙은 듯, 힘이 없어 보이는 낙타 앞에 세웠다. 순간 무서워지기도 했지만, 기운 없어 보이는 낙타의 눈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낙타 고리를 잡은 현지 청년은 말이 통하지 않자 언어로 몸짓발짓 다하며 낙타에 올라앉는 방법을 설명했다. 우리는 눈치로 감을 잡아 눈으로 대답을 한 후 무리 없이 낙타 등에 올라탔다.

일렬로 줄을 서 사막을 걷는 수백 마리의 낙타들은 잘 훈련되어 새벽길을 열어 주었다. 우리는 해돋이를 보면서 포즈를 취하며 인증 샷을 남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낙타몰이청년은 핸드폰의 번역기를 들이대며 정상까지는 우리체력으로 어려우니 여기서 사진만 찍고 이대로 낙타를 타고 월아천으로 가자고 했다.

중국어와 한국어의 어순이나 어법이 다르다보니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걸렸고, 그러다보니 일행들과는 이미 거리가 꽤 멀어지고 말았다. 가이드는 우리를 찾아다니고 우리는 미아가 된 것처럼 사막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결국 우리만 모래썰매를 타지 못했다.

실루엣처럼 매혹적인 모래 언덕에 누웠다. 수백 년 전 전쟁 당시 모래폭풍이 일어나 병사들이 모두 모래에 묻혔기 때문이라는 전설 때문일까? 태양열에 달구어진 모래알이 서로 마찰음을 내며 신음하는 소리일까? 모래가 우는 소리가 마치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크리프! 히스크리프!”하며 외치는 듯 내 귀에 들렸다.

낙타를 끌고 가는 중국청년의 눈은 맑았다. 키도 크고, 이목구비가 중국인답지 않았다. 청년은 통역기를 내 손에 쥐어준다. 받아서 읽어보니 “저랑 친구 할래요? 당신 같은 친구 사귀고 싶어요. 전화 번호 알려 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환한 미소와 애절한 그의 눈빛에 잠시, 아주 잠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바탕 명사산의 모래사막이 흔들렸다. 낙타는 모래 능선을 따라 오아시스인 월아천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타각타각 옮긴다.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는 낙타의 등에서 나는 곡조도 없는데 춤을 추는 것처럼 맥없이 흔들리며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속눈썹이 긴 낙타의 눈에, 낙타를 닮은 그 청년의 맑은 눈에서도 눈물이 고이는 듯 했다. 알 수 없는 슬픔이 차올라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고 싶었다.

낙타의 눈물

장인무

 

이른 새벽

서역으로 가는 광활한 사막

훈장처럼

숱 빠진 꼬리 흔드는 흰 낙타

등에는 땟국 짙은 붉은 안장

가도 가도 닿지 못하는

하늘 끝에 오르듯

약속 아닌 약속을 지키듯

두 개의 발가락을 타각타각

옮기는 낙타의 행렬

오직 태양만이 주인인

바람마저 비켜가는

높고 깊은 모래 능선

고비, 고비

속눈썹이 긴 낙타의 눈망울에

피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가끔씩 나도 모르게

내품던 아린 한숨

별똥처럼 무너져 내리던.

월아천에 도착하니 다른 일행들이 걱정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월아천은 초생 달을 닮은 길이 200미터의 호수다. 밑바닥부터 끊임없이 물이 솟아올라 수 천 년 동안 한 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오아시스 월아천. 사막 한 가운데 꽃이 만발하고, 열매가 풍성하다면, 천하의 낙원이 이곳만 할까? 이곳은 사막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메마른 목 줄기를 축이는 일종의 구원과도 같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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