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무의 2018 실크로드여행기-5

넷째 날-장액, 가욕관, 칠채산

장액으로 출발 하는 버스는 조용했다. 몇 명만 빼고는 모두가 팍팍한 일정에 피로감 때문인지 잠이 들은 듯하다. 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 이 시간은 창밖으로 보는 이국의 풍경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기록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때 곳곳마다의 가옥, 산맥, 건물, 가로수 사람들의 모습까지 관찰 할 수 있으며, 때로는 깊은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이런 이국적인 풍경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형형색색의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단아지모의 아름다운 칠채산에 도착했다. 칠채산에서는 화려한 대지의 장엄한 세레나데가 펼쳐졌다.

‘칠채산’의 정식 명칭은 장액단하국가지질공원張掖丹霞國家地質公園으로, ‘단하丹霞’ 는 “붉은 노을”이라는 뜻이다. 수억 년 전 생성된 퇴적암과 오랜 세월동안 쌓인 퇴적층이 지각변동과 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된 칠채산은 붉은 사암이 퇴적층의 종류에 따라 오묘한 색깔을 제각기 내 뿜고 있었다.

언젠가 서해의 어느 바닷가에 갔다가 수평선 끝 노을빛에 모래사장이 빨갛게 물드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모래가 알알이 반짝거리며 파란 파도가 출렁이던, 그 곳처럼 이곳이 그렇다. 색색의 모래 능선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나도 출렁인다. 이럴 때 나는 황홀하다.

오후 4시30분 버스 안의 나는 칠채산에서 내려와 서하시기의 중국최대의 와불이 있는 대불사로 이동 중이다. 창밖의 가로수가 햇살에 반짝인다.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싱그럽게 살랑인다.

몇 년 전 러시아 톨스토이를 찾아 쌍뜨빼쩨르부르크를 방문 했을 때도 가로수 자작나무가 많았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은빛 나비가 너울거리는 것 같았다. 이 곳 가로수는 백양나무, 자작나무와 흡사했다.  긴 여정 사막을 달리다보니 가로수가 있는 오하시스를 지날 때는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대불사를 들러 장액에서 가욕관으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왔다.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 기차탑승이다. 기차역에서 엑스레이는 물론, 몸수색까지 하는 검문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 안에 한번 들어오면 역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기차역은 큰 규모에 비해 공기도 탁하고,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답답했다. 중국은 어디를 가나 모든 것은 크게만 만들어 놓고 마무리는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차가 길어 나는 일행과의 거리를 두고 앉아 여행 시 가지고 다니는 소책자 중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예반지음’ 읽으며 휴식을 취했다.

사막에서

 

                                                                                                                                                 장인무

얽매이고 머뭇거렸던 시간

삐걱거리던 심장 끌고 와

쓸개 빛 푸른 멍 토해낸다.

하늘과 태양 모래가 전부이듯

한 점 바람 없이도

고요한 흥분

고요한 돛 출렁이며 살 수 있다면

저 모래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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