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장안長安

당 현종과 양귀비가 로맨스를 나눈 화청지-<장한가 가무쇼>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안, 도자기 당삼채唐三彩에 그려진 것을 보고 유추해 봤을 때 당시의 장안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은 캄보디아, 버마, 중앙아시아출신들의 무용수들이 이국적인 춤을 추고, 북, 피리, 호른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유랑광대들의 유희 장소였다.

상류층들은 애완동물을 기르고, 뺨에는 베트남 산 진홍빛크림을 발랐으며, 음식은 인도산 후추, 티베트 산 양배추, 만주족의 바다연어, 신라의 잣을 즐겼다.

당시 7대 황제였던 현종(玄宗712~756년 재위)은 천하제일의 미인 양귀비楊貴妃와 달콤한 사랑을 나눴다. 양귀비는 당초 현종의 며느리였다. 그런데 현종이 부인으로 삼은 것이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그러나 세상을 뒤흔든 이 로맨스는 비극으로 끝났다.

이러한 러브스토리는 ‘장한가 가무쇼’의 주제가 되어 야외에서 대형 스크린과 조명, 무용수들이 출연해 화려한 공연으로 환생해 관객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가이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양귀비. 그러나 양귀비는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은 예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엉덩이도 크고, 얼굴도 크고, 신장도 작았다는 가이드의 말이 잘 믿기지는 않았지만, 가이드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려는 듯해서 한바탕 웃었다.

당시 중국의 시성 두보(杜甫712~770년)의 시 ‘여인행麗人行’은 양귀비와 같은 여인을 그리워하는 애절함을 표현했다. 또한 백거이(白居易772~846년)도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맹세를 소재로 한 ‘장한가’를 읊었을 정도로 양귀비는 대단한 중국시인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많은 남성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장한가 가무 쇼에 출연했던 하늘거리는 몸매의 여자배우들이 떠오른다. 춤추고 노니는 모습이 마치 천사처럼 느껴졌다. 내가 만약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면 이 밤을 온전히 보냈을까?

 

여인행 麗人行

 

시원한 삼월 삼짇날

아름다운 한 무리의 여인들이 화청지로 향하는구나.

아, 얼마나 빛나고 거만하고 우아하고 고귀한 여인들인가!

복사꽃 같은 살결, 고상한 자태,

비단옷을 걸친 황금빛 공작과 은빛 일각수一角들이

봄날 늦은 밤에 하늘거리고 있구나.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비취 귀걸이가 얼굴에서 출렁거리고

허리에 두른

진주 띠는 몸의 곡선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구나.

 

장한가長恨歌

한 쌍의 새들처럼 우리도 똑같은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아 보세

저기 땅 위 한 쌍의 오랜 나무들처럼 우리도 가지를

서로 안아 보세.

아득한 하늘과 드넓은 땅도 끝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한은 끝이 없으리!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만큼 감미로운 언어가 있을까? 아름답다는 것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꽃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특히 남자에게 있어 아름다운 여성은 치명적인 유혹이다.

여성들에게 있어 아름다움은 인생이 걸린 문제다. 아름다운 여성은 그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자들은 아름다움에 목숨을 건다. 양귀비의 무덤을 파헤쳐 그 흙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 했다고 할 정도이다.

중국 3000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섬서 역사박물관을 둘러보며 ‘중국’이라는 거대국가에 대해 깊은 상념에 빠졌다. 중국은 세계의 최저 빈민들 가운데 1/5가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강대국이라고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設’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이 지닌 역사와, 유적에서 드러나는 무언의 압력은 쉽게 부정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난주행 열차 역에 들어갈 때 공항만큼이나 까다롭게 검색절차를 거쳐야 했다. 우리 일행들은 다소 언짢아했지만, 나는 중국의 기차를 처음 타 보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왠지 기분이 들떠 있었다.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기차를 타고 시집간 큰언니 집에 갔었다. 복잡한 기차 안에서 음료수와 삶은 계란을 사먹는 맛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꿀맛이었다.

그 추억을 중국기차에서도 남기게 됐다. 우리의 센스장이 김광섭 대표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국에서나 가능한 김밥을 준비해 우리는 중국기차에서 한국김밥을 먹으며 신나는 기차여행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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