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이라고 한다. 또한 시각적 공간도 스마트폰 한 화면에 그친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자연히 단순(simplification)하고, 짧고(short), 감동(sensation)받을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

이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 역시도 여기에 준해야 한다. 즉, 시도 짧고, 단순하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써야 할 것이다. 그 해답이 바로 육근철 시인이 창작한 넉 줄 종장 시이다.

이번에 육근철 시인이 두 번째로 낸 시집 ‘설레는 은빛’은 모든 시가 15자 넉 줄 시로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언어는 짧고 침묵은 한 없이 긴 짧고 단순한 시다.

육근철 시인은 “15자 넉 줄 시가 초중고 학생들이 시 공부를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형식”이라며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자유시를 써보라고 교육시키는 것은 무리다. 자유시 창작의 전 단계로 일정한 형식을 갖춘 정형시로 충분히 연습을 한 후에 자유시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학생들의 종장 시 창작 사례를 소개했다.

 

비(초)                    지우개(중)                                                    난로(고)                                   돌풍(대)

 

눈부신                     이 한 몸                                                 빨갛게                               소나무

예쁜 무지개             네게 받치리                                            수줍음 타나                         휘젖는 바람

눈물이                     비벼지며                                                한 겨울                                창문 틈새

만들었나                  사라질                                                   여자 친구                              휘파람

 

육근철 시인

육 시인은 “넉 줄 시는 시조의 종장인 3,5,4,3 형식을 따랐기 때문에 순전히 우리 것”이라며 “짧고 단순하여 여럿이 둘러 앉아 시 짓기 놀이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특히 학생들이 주변 자연환경에서 시창작의 소재를 발견해 낼 수 있기 때문에 발견 학습으로도 좋고, 학생들의 맑고 밝은 심성을 기를 수 있어 창의 인성 교육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유명한 시인의 시를 분석하고 외운다고 해서 시 창작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백문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인 만큼 직접 창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일찍이 어렸을 때부터 넉 줄 시와 같이 짧고 단순한 시 창작을 통해서 창작 능력을 배양한 후 자유시를 써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5자 넉 줄 종장 시는 학교교육현장에서 도입해야 참신한 새로운 아이디어다.

이번에 출간된 육근철 시인의 시집 ‘설레는 은빛’은 시인의 시집으로서의 가치보다는 국어교육의 하나인 쓰기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주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육근철 시인은 「시와 정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물리의 향기』, 『사랑의 물리학』, 『반쪽은 그대 얼굴』, 『길을 묻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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