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예정되었던 3박 5일간의 일정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일행은 저녁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파타야 최고의 유흥가 ‘워킹 스트리트(Walking Street)’로 향했다.

‘워킹 스트리트’는 파타야의 남쪽에 위치해 있는데, 보행자 도로 양편으로 어 고고(A-gogo)바와 디스코텍, 마사지 숍 등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어서 밤이 되면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Hot place)다.

이곳에는 라이브 펍(Pub)과 레스토랑 그리고 노천카페와 버스킹 등 볼거리가 많았다. 대부분의 바는 노천카페 형태여서 춤추는 댄서들의 모습을 길에서도 훤히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어 고고 바에선 알카자쇼와 비슷한 자체 공연을 하거나, 록 밴드를 초청해 라이브공연을 하고 있어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탓에 북새통을 이뤘다.

나는 한곳이라도 더 볼 욕심에 잰걸음으로 종종대며 구경하고, 틈이 날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경이로운 세계를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 댔다.

말 그대로 걸으면서 구경하는 거리인 ‘워킹 스트리트’는 낮과는 사뭇 다른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처럼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화려한 밤 문화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었다.

그만 숙소로 돌아가자는 일행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동감 넘치는 현장의 치명적인 매력에 흠뻑 취해 조금만 더 구경하다가자고 해 예정보다 1시간을 더 지체하였던 기억이 있다.

공주시 중동에는 147번지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비교적 넓은 면적의 이 일대가 공주갑부 김갑순 개인의 소유였다. 그래서 한동안 단일 번지인 중동 147번지로 존재하면서 6.25 전쟁을 거쳐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공주의 정치·문화·경제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 신관동 시대가 열리면서 지금은 안타깝게도 원도심의 대명사인 이곳이 원도심에서도 가장 쇠락한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 지역의 시의원으로서 원도심의 부흥은 가장 커다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을 했지만, 해결책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태국의 워킹스트리트를 떠올렸다. 공주시에도 태국의 워킹 스트리트처럼 관광객이 모여드는 거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떠오른 장소가 바로 중동 147번지 가구점 골목이었다.

147번지 가구점 골목은 그야말로 ‘추억의 골목’이다. 147번지에는 가구점도 많았지만,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잘 갖춰진 골목이었다. 그래서 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던 곳이었다.

태국처럼 환락적인 거리가 아닌, 문화예술의 고장 공주다운 추억의 거리로 중동 147번지를 잘 조성한다면 공주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나는 바로 담당부서에 이러한 취지를 설명하고 “공모사업이 있으면 잘 준비하여 응모해보라”고 거듭 주문했다. 그리고 태국의 ‘워킹 스트리트’의 사례를 설명했다.

이런 나의 제안이 좋은 결실을 맺어 이듬해 ‘2017 주민주도형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한 행안부 공모사업에 ‘중동 147번지 추억의 골목시장’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 때 중동 골목길에서 현장 실사가 있었는데, 이날 나는 실사 관계자들과 함께 중동 147번지 추억의 골목시장을 함께 걸으며 147번지에 추억의 골목시장이 꼭 들어서야 하는 이유를 역사적인 배경, 과거의 모습, 쇠락해 가는 현실 등을 들며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147번지의 많은 상인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힘을 보탰다.

하지만, 최종 선정 과정에서 아쉽게 탈락해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속이 엄청 상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후 담당 직원들의 꾸준한 연구와 준비 끝에 올해 재 공모에서 드디어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돼 관광객들에게 백제의 멋과 공주의 아름다움으로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는 멋진 공간을 마련할 기회를 얻었다.

이 사업으로 인해 중동 147번지 일대가 부활되기를 꿈꾸며, 전국 주민주도형 골목경제 활성화 사업의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우도 고향을 그리워한다고 하는데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은 추억을 그리워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옛 노래, 박물관, 향토음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공주가 내세울 만한 화려했던 시절의 흔적은 모두 원도심에 있다.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공주는 이렇다 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공주의 미래, 공주의 발전은 자원의 보고인 원도심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원도심의 부활이 공주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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