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 좌측거리에는 아직도 거리의 이발사들이 있다. 낡은 성벽 아래에서 흰 가운을 걸치고 열심히 사람들의 머리를 깎아댄다.

길바닥에는 깎은 머리털이 너절하다. 개중에는 멋쟁이 여성들도 있다. 깎사나, 손님이나 부끄러움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자칭 베이징 최고의 이발사들이다.

얼굴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중국의 동북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남성다운 기질이 베이징에서는 ‘자만감’으로 변모해 있다.

황하 이북의 중국 동북지역은 겨울이 길고ㅡ 땅이 척박하다. 한랭한 기후와 적은 강우량은 농업생산에 걸림돌이다. 중국 동북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영하20도, 남방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영상10도 내외다.

바위틈 온갖 역경 속에 삐져나오는 동북의 소나무들과 송사리 물살 가르는 연못위로 핀 강남의 연꽃은 사람들을 터프가이와 마마보이로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다.

베이징은 요·금·원·명·청나라의 수도를 지낸 역사와 문화의 도시이다. 중국 하면 베이징이고, 베이징 하면 티엔안먼(천안문)이다. 중국의 상징인 완리창청(만리장성)도 베이징 변두리에 있다.

잘난 것은 모두 베이징에 모였다. 정치적으로 권력의 핵심을 뜻할 때는 ‘쫑양(중앙)’이라고 말한다. 나머지는 모두 ‘띠팡(지방)’이다. 지방에 대해 시혜를 베푼다는 의식이 가득하다.

역사적으로도 베이징 지역의 언어는 정부의 관방언어였다. 그래서 예전 과거에는 베이징 ‘꽌화(관화)’라 불렀다. 이렇듯 중국의 모든 정치와 행정의 가치판단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베이징은 단순한 지역적 의미가 아니다. 베이징은 중국의 북방정서를 대표하는 정치적 문화적 공간이다. 북방의 언어는 남쪽이나, 서쪽지역의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북방 사람들은 목청이 유달리 우렁차다. 헛소리로 왈왈대는 느낌이다. 거의 모든 단어의 끝은 "ㄹ”로 끝낸다. 남방에서는 어린아이를 “시야오하이즈(소해자)”라고 하나, 북방에서는 "시야오할"(소해아)”이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얼화(아화-말끝을 'ㄹ'로 끝낸다는 뜻)다.

이런 언어 습관은 어휘를 얼버무리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 낸다. 또박또박하지 않고 와르르 지나가기 때문에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러한 발음을 비꼬며 "따서터우(대설두)”라고 부른다. 워낙 혓바닥을 위로 말아 왈왈거리기 때문에 혓바닥만 크다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북방사람들은 농담을 좋아한다. 남방 사람들은 베이징이나 북방사람들을 일컬어 "말로는 못할 것이 없다. 앉아서 산을 먹어 버린다”라고 그 뻥을 묘사하곤 한다.

우리가 흔히 중국인들의 허풍, 기세 ,대국 큰 스케일로 묘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베이징이나, 동북지역 사람들이다. 겪어보면 친구 만들기는 쉬워도, 가장 실속 없는 사람들이 동북지역 사람들이다.

멋쟁이도 많지만, 밑천 없이 장사하겠다고 설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도 이지역이다.

상하이 친구들이 베이징을 이렇게 평한다. "게을러요. 일은 안하고 말만 하고. 게다가 쇠고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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