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1989)

어떤 시인도 시로써 자기의 시론을 드러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위의 작품 「시」는 시론이며 인생관의 표백 그자체입니다. ‘작은 일이 큰일이다.’ 이것은 내 평생의 신조입니다. 그것을 표현했으니 이 시는 인생관의 표백이기도 합니다.

‘마당’을 쓸고 ‘꽃 한 송이’가 피어나고 ‘시 하나’가 싹튼 일은 매우 미미한 일이고 하찮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 일이 지구의 일에 관여하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오늘 작은 빗자루로 쓸어서 깨끗해진 마당은 어디에 있는 마당입니까? 그것은 지구 위에 있는 마당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오늘 한 조그만 행동은 지구에 관계된 행동이며 우주의 일에 참여하는 행동입니다.

그것은 그 아래 ‘꽃’과 ‘시’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정이나 그것이 그렇다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지구 위에 우주 위에 커다란 꽃 한 송이를 더불어 피우게 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진정 화엄(華嚴)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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