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나태주

전화 걸면 날마다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누구와 있냐고 또 별일 없냐고
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
묻고 또 묻는다

하기는 아침에 일어나
햇빛이 부신 걸로 보아
밤사이 별일 없긴 없었는가 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 (2005)

나는 어려서부터 미국을 두려워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적어도 나에게 미국은 먼 나라, 큰 나라, 힘센 나라, 호통 치는 나라, 기름진 나라였습니다.

조그만 반미주의자였다고나 할까요. 그런 내가 맨 처음 미국여행을 한 것은 2003년도. 비록 느즈막한 나이였지만 1893년도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처음 만나 그 감동을 기록한 ‘신세계 교향곡’의 신선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찍이 많은 교포문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더 잘 살아보겠다고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고 더러는 고국을 등지고 떠난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었지요.

그 곳에서 만난 M이라는 여성문인이 있었습니다. 고국에서 간호사를 했던 여인입니다. 미국에 가서는 마켓을 운영하여 자식들을 기르고, 가르친, 억척빼기 여인이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수필로 써서 책으로 낸 문인이기도 합니다.

나이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연상이었지만, 웃는 얼굴이 곱고 손길이 매우 부드러운 여성이었습니다. 세 차례 미국 나들이 길에 살갑게 대해주는 그녀에게 빠져드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누님이라고 불렀지요. 누님이 없는 나. 평생 좋아할 누님이 생겼다 좋아했지요. 그녀는 그 뒤 몇 차례 한국에 왔습니다. 올 때마다 연락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여정을 염려하는 시간이 나에게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위의 작품은 그런 그녀의 한국 여행을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나의 마음을 담은 소품입니다.

한 시절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그걸 알면서도 나는 일평생 몇 번이나 그런 허방다리를 짚었던 것일까요. 사랑은 가고, 후회도 가고, 그 뒷자리에 초라한 시가 몇 송이 붉은 꽃으로 피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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