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역사의 흐름이

낮과 밤 구분 없이

무참히 도륙 당하고

법과 양심이

도덕과 윤리가

자유와 민주가 생 매장 되어버린

척박한 분노의 땅에서

죽음을 알면서도

새로운 생명 찾아

그 죽음을 향해 돌진한 당신들은

진정, 이 땅의 주인들 이었습니다.

깔깔대며

애비의 품속을 파고드는

새끼의 살점 같은 웃음소리

차마 잡지 못하고 파르르 떨고 있는

아내의 죽어가는 손길 거칠게 뿌리치며

나는 가야한다

너희들을 위해서

까짓것, 죽기밖에 더 하겠어

가슴 도리는 모진 말 남겨두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죽음의 대열 속에

뜨거운 몸 던지고는

눈알이 터지도록 두 눈 부릅뜬 채

태극기 흔들고

애국가를

아리랑을 부르며

금남로 충장로 길 바닥에 고꾸라져

피 묻은 심장 토해놓고

짐승처럼 통곡하던

그해, 5월

당신들은

이 땅의 주인들 이었습니다.

*1980년 5월, 27살의 진압군 중대장 이였던 나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진압군 전체를 살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 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시민군들의 조준사격에 차마 대응하지 못하고 빈 하늘 향해 총구를 겨누었던 군인들이 다수였다는 사실을 그해 5월의 역사는 알고 있을 것 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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