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자의 동작치료 열여덟 번째 이야기

지나간 25년의 기억을 불러본다. 지난겨울, 그 지지난 계절부터부터의 기억이 보일 때마다 난 연출자의 완벽한 각색에 대한 난 감동 또 감동이었다.

단지 ‘감동’이라고만 말하는 것이 소극적인 표현 같다. 이 옷, 이 가방, 이 신발, 그리고 내 틀에서 절어 버린 기억들.

사춘기 여고시절 거친 홍역처럼 느껴졌던 나의 지난날의 기억을 살짝 들춰본다. 교동에서 지금의 금학동 공주여중고까지 6년을 걸어 다니면서 우등상은 못 탔어도, 6년 개근상에 지각 한번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봄은 참 기특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내 영육의 건강은 이 시절 6년 동안의 기초 안에서 시작돼 삶의 밀알이 되어 준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봄이 시작되는 지금 이 시기부터 깊은 가을까지 플라타너스 나무(버즘나무)는 송충이와 애벌레로 사춘기의 나를 충분히 방해했다.

빤질빤질하고 미끄러운 옛날의 겨울 길은 사람이 차를 피했고, 차는 사람을 피해 나름대로의 질서와 조화가 유지됐다. 그렇게 모든 게 지나갔다.

오월의 내 집 마당에는 여기엔 하얀 붓꽃, 저기엔 보라색 붓꽃, 이곳엔 노란 붓꽃을 조화롭게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그들은 하나가 되고, 한 무리가 되어 곱게 꽃을 피웠다. 그것도 오래 묵은 앵두나무 밑에.

옛날 장독대 옆 크지 않은 앵두나무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 세 가지 붓꽃과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보여준다. 어떤 화가가 이런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심장의 거친 소리를 진정시키고 두 손으로 가만히 누르며 그 붓꽃과 마주서고 있다. 붓꽃이 전해주는 심장이 뛰는 이 거친 소리를 오래 듣고 싶다. 오래 오래, 서서히 아주 오래. 나는 이것을 동작치료의 열여덟 번째 이야기라고 말한다.

해보기 : 오늘 저는 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오른손으로 왼쪽 심장 쪽을 조금은 무거운 듯 한 느낌으로 누르고 손등위에 왼손을 겹쳐 누릅니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