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이를 먹으면몸은 쪼그라들고머리맡에 약봉지만쌓여져 간다더니밤새 칭얼대다새벽에야 잠이 든 사람젖은 새 같다 이불 밖으로 나온작고 마른 발안타까워주물러 주다아, 먹먹해지는 가슴이여이제 나도나이를 먹었는가 보다
공주의 하늘이시여!이번에는 이런 사람 꼭 보내주시옵소서성황당 산신나무 아래수술비 없어 내 새끼 죽는다고저녁 산 깨지도록땅을 치며 통곡하는젊은 가장의 하얗게 죽어가는 손안에따뜻한 눈물 한 방울 쥐어 줄 수 있는이런 사람어둠이 가시지 않은 신 새벽허겁지겁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지는등 굽은 노인 앞에 두 무릎 꿇고 앉아제가 잘못하였다고정말로 제가 죽을죄를 지었다고두 손 깨지도록 쥐고 용서를 비는이런 사람겨울비 세차게 뿌려대는 시장터깨진 스레트 처마아래비료포대 좌판 깔고시린 손 발 비비고 동동거리며휭한 빈 골목 지키는 노인에게자판기 커피한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낮과 밤 구분 없이무참히 도륙 당하고법과 양심이도덕과 윤리가자유와 민주가 생 매장 되어버린척박한 분노의 땅에서죽음을 알면서도새로운 생명 찾아그 죽음을 향해 돌진한 당신들은진정, 이 땅의 주인들 이었습니다.깔깔대며애비의 품속을 파고드는새끼의 살점 같은 웃음소리차마 잡지 못하고 파르르 떨고 있는아내의 죽어가는 손길 거칠게 뿌리치며나는 가야한다너희들을 위해서까짓것, 죽기밖에 더 하겠어가슴 도리는 모진 말 남겨두고파도처럼 출렁이는 죽음의 대열 속에뜨거운 몸 던지고는눈알이 터지도록 두 눈 부릅뜬 채태극기 흔들고애국가를아리
설 전전 날. 어느 할머니랑 아이가 회사로 나를 찾아 왔다. 기억에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할머니는 “5년 전 손녀의 학자금이 필요해 온 종일 공단의 문을 두드렸지만, 허사였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 회사를 찾아 왔는데, 사장님께서 선뜻 지갑을 열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돈을 꾸어 주셔서 이제 갚으러 왔습니다”라며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나는 포장을 뜯어보고 깜짝 놀라 잠시 콧등이 먹먹했다. 이를 본 직원 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도 있었고, 황급히 떠나는 두 사람의 손에 이것저것 쥐
슬금슬금?따라오던?가로등오던?길?뒤?돌아가고멀리?개?짖은?소리어둠속에?잠기였다.눈바람?내리치는?능선?타고산마루?움막집?향하는가장의?무너진?어깨배고픔?참아가며아비를?기다리다빈?손?바라보고?울어대는?새끼들아비?마음?오죽했을까기어드는?황소바람등으로?가슴으로온?몸으로?막아가며죽음?같은?무거운?밤을숨죽여?뒤척이는가장의?불쌍한?등에?얼굴?묻고소리?없는?울음?헉헉대는어미?마음은?어떠하였을까모진세월?흘러다시?찿아온?움막아직도아픈?삶의?조각들?엎어져?울고무너지고?삭아?내린?벽돌?속엔뜨거운?눈물?흐른다.
참으라고참다보면?좋은?날?올?거라고그런?소리들?말어더?이상?어떻게?참느냔?말이여참는?것도?한도가?넘어서면동물이든?사람이든?다?돌아?버리고?마는?겨미쳐?버린?농민들이판사판?죽기?살기로낫?들고?쇠스랑?들고?설쳐대면?어떻게?할겨군인들?대포알?무서워하고전경들?최류탄?물대포?무서워?할?줄?알아뭐!벼?한가마가?강아지?이발비도?안되고쌀?한?말?가져야?두?노인네?국밥도?못?사먹고쌀?한?가마가?팔이야손?주?놈?운동화?한?짝도?못사는이게?말이나?되는?소리여이게?무슨?개?같은?소리냐?이?말이여근로자들?직업병으로?한?명만?죽어봐신문이다?방송이다?떠들고?쌩?난리판이지만우리네?농민들?일?년에
수백만의 촛불이 타오르고수백만의 태극기 물결치며눈물과 통곡, 함성이 어우러지던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장이섰다감미로운샹송이 흐르고북과 꽹가리 장구와 징이하늘과 땅을 뒤흔들 때아이들로부터백발노인에 이르기까지마냥 신명나는 장터나는 그날그곳에서 내 고향 공주를 보았다시장 통 한곳에 “공주시귀농협회”라는 현수막 걸고공주로 오시라 살아보니 공주는 가슴 뛰도록아름다운 사람들이살갑게 살아가는 곳이라생밤 까주며 과자 나누어주는정안 땅에서 올라 왔다는 두툼한 귀농인 손을 바라보며미안하고 감사하여가슴이 벅차 먹먹하였다진정당신들이 공주의 주인입니다우리 공주는이 나라의 대통령보다당신들이 더욱 소중 합니다그날 광화문에서
손바닥이 아리도록쓰다듬어 내려도감지 못하는 새끼의 눈을옷고름 풀어헤쳐맨 가슴으로 비벼대며눈물도 소리도 없는 울음 헉헉대는어미의 모습은어미의 모습이 아니다물방울 떨어지는 쌩나무 관속에베게보다 가볍고 얼음보다 차가운새끼 몸 집어넣고양손이 새까맣게 죽어가도록관을 치며 통곡하다제 가슴 못 박히는 아픔에 몇 번인가 허공을 휘젓고는그림자처럼 쓰러진 어미는 어미의 모습이 아니다풀잎처럼 연약한 여린 가슴에동글납작한 예쁘디예쁜 머리를들어간 곳 은 흔적도 없고나 온데는 요강단지 만 하다는M16 소총으로좀 먹은 헝겊처럼죽은 내 아가야 내 살땡이야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에게도죽음만큼은 존엄하다던데짐승만도 못하게 죽은 아가야 광목으로 조
뒤 돌아 앉아홀로우는 눈물만큼아픈 게 어디 있으랴눈 감추고걸어가는발걸음만큼무거운 게또, 어디에 있으랴아이야!눈물이 나오거든눈 감추고숨어 울지 말고그냥 울어버려온몸이 무너지도록?
만장 깃발 앞세우고저승 숲 헤쳐 가는 요량 소리 아프다찢기고 잘라지고 산채로 맞아 죽고 학살당해두 눈 부릅뜬 시퍼런 영혼들 모시고우리의 상여가 우리의 상여 소리가서울 한 복판을 울리며이 땅의 서러운 역사를다지며 지나 갈 때저승 다리 난간에 엎어져 우는어미의 가슴 도리는 울음소리넋이로다넋이로구나한 서린 서러움에 겨워소스라치는 몸짓으로넋전 춤 추어가며이승 땅 떠나지 못 하고떠도는 가련한 영혼들께이제는 쉬시라고이제는 노여움 푸시라며굴건 벗어 가슴에 부둥켜안고 하늘 바라보며 통곡하는아비의 짐승 같은 울음소리공주의 어미들이 공주의 아비들이온몸으로 기어가며온몸으로 춤추며온몸으로 서럽게 울어 버리던그날
너는손과 발 가슴과 허리가 묶인 채국방색 트럭에 던져지고상무대 연병장에 뿌려졌다.무수한 워카발 달려들고물먹은 박달나무 방망이가작은 가슴위로 여리고 여린 얼굴위로바위 덩어리로 떨어질 때눈알은 터져 검은 눈물 쏟아내고머리뼈 허옇게 드러나붉은 피 솟구쳐 오르며온 몸이 시퍼렇게 죽어 갈 때너는,너의 양심 버리지 않았다.구두 통 둘러메고금남로 충장로 황금동 골목 누비며서럽고 고단한 삶끌어안고 살아 왔지만나라가 불타고국민은 개처럼 검 개 타죽어 가고낯과 밤 구분 없이 난도 질 당하는데말 한마디 못하고 뒤돌아 앉아 있는무능하고 비겁한 대통령보다찟 기고 짤려나간 죽음들 앞에생쥐처럼 눈깔 반짝이며이 통박 저 통박 굴려대는짐승만도 못한
?이 보게 이 사람아무엇이 그리 바빠새끼들 가슴 찟는 소리 뒤로하고이리도 황망하게외로운 강 건너시는가갈비봉 타고 오르내리며삐삐 뽑고시영 꺽고진달래 꽃잎 따먹으며낄낄대고 놀던 시절빈속에 버찌 따먹고 취해누렇게 익어가던 보리밭 고랑에 누워잠들었던 자네 모습이리도 눈에 선한데이제서 예순 하나이게, 도대체 뭔 일인가 이 사람아!토지를 만화로 그려 낼 때스무 권이 넘은 책을 수십 번 읽고 읽어가며내 밭떼기 한 평 없이남의 밭두렁에서 남의 논두렁에 엎어져평생을 짐승처럼 일만 하다가신가련한 아비생각에온 동네 허드렛일, 남의 집 밤 제사까지 챙기시던불쌍하고 불쌍한 어미 생각에가슴은 삭아 내렸고눈물 또랑 되어 흘렀다고눈시울을
조각난 햇살 등으로 떨어지고시린 손 불어가며 마른 목 적셔대는용산역 모퉁이 서러운 사람들떨어진 밥알 찍어대는 비둘기검게 멍든 부리 가슴이 아파한 숟갈 썩 떠주는 아릿한 마음오늘은 떠나리라 오늘은 정녕 떠나리라죽어도 죽어도 죽는다 하더라도다시는 오지 않으리라아침밥 국물 먹고 다짐한 모진 각오저녁밥 국물위로 눈물로 떨어진다??
화정동 사거리 새벽안개 헤치며시내로 돌진하는 수천의 군인들을태극기 흔들며 길을 막던 소녀야뱀같이 늘어선 무리들의 머리가오던 길로 돌리자 땅바닥에 엎드려절규의 기도를 하던 단발머리 소녀여지금 어디에 있는가교도소 담벼락 등을 기대고병든 병아리처럼 맥없이 졸다가철문 여는 소리 화들짝 놀라치마끈 움켜지고 벌떡 일어나실실실 웃어대려 목에 매달려결혼하자 졸라대던 키가 크던 여인이여예쁜 이마 깊은 보조개 짧은 세월을물푸레 방망이에 무참히 빼앗긴 채호박을 품에 안고 옷고름 풀어헤쳐고개 숙여 젖을 주던 아름답던 여인아지금 어디에 있는가아랫배를 관통당해 창자를 움켜쥐고속옷 찍어 빗자루에 하얀 깃발 만들어구원을 요청해도 스쳐가는 군용트럭살려달라는 것이
하늘이 깨지고부서져 내릴 때천년 산성은그림자로 무너졌다.불타는 숲다리 꺾인 사슴의가련한 울음소리놀란 학은강 건너 갈대 숲을파고 들었다.불비타고 흐르는저, 기름진 웃음들금세바람으로 흩어질 것을
노적가리 오손 도손참깨 다발 도란도란해 저문 빈 들녘 지키고 서 있는데모자 벗긴 허수아비논두렁에 홀로 누워찢겨진 저고리 사이로 겨울을 맞는다눈 내리는 겨울살 베는 추위쯤은 봄을 기다리며 견딜 수 있는데버려진 아픔 참을 수 없어마른 가슴 풀어 놓고두 눈을 부라린다목에서 토해놓은 선지피 위로한 무리 잡새 떼조롱하며 지나지만싯퍼런 생명 남 몰래 숨기고어금니 깨지도록일자로 입 다문다
김 승 배맨발 눈 속에 묻고몰아치는 계곡의 칼 바람 앞에한 치의 두려움, 망설임도 없이두 주먹 불끈 쥔 채봄을 기다리는저, 겨울나무들을 보라살갗은 찢기어져 펄럭이고손마디 툭툭툭 떨어져 뒹굴어도생피 도는 심장 부둥켜 안은 채천지가 푸르르며따사한 햇살 넘치고 넘칠봄을 기다리는저, 겨울 나무들을 보라눈물이 나지 않는가가슴이 뛰지 않는가
들깨 향 가득한 텃밭, 감나무 아래꽃 담요 또아리 튼 아내 입에 감잎 접어 홍시 떠 주는 투박한 노인의 손등이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풍 맞었어한 십년 되었지고생하시네요고생은 무신 놈의 고생꼼지락거리며 옆에 있는 것만 해도 행복한 거여내 나이되면 알 껴툭 던지는 노인의 말도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가을바람에 날리는 마른 머리카락손으로 빗어주며 입술을 닦아주는노인의 깊은 눈이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파란 하늘에 구름은 떠가고산은 붉고 바람도 좋은 날오늘 난왜, 이리도 눈물이 날까?
?태화산새벽안개 속빠알간 홍시 하나숟갈로 똑 떠서그 사람 주고 싶다아프지 말고울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