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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 길게 느껴지는 것은그대가 곁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대만 곁에 함께 있다면오히려 짧게 느껴질 테지요 별빛 닮은 그대 눈을 바라보며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마카롱에 커피를 마시다보면금새 시간이 흘러갈 겁니다 외로움이 깊게 느껴지는 것은누군가를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그리움이 없다면 뒤를 돌아볼 까닭이 없지요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했던 기억은우리의 옷깃에 남아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 기억이 펄럭이면짙은 향수처럼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하얀 눈 위에 그대를 그리며그대의 구두 소리를 기다리지만 독하게 화장한 찬바람만 지나갈 뿐고운 그대의 모
글 세상
김공주
2021.01.1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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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이 넘은 노부부자주 숨이 가빠병원을 이웃집보다 자주 드나드는 할아버지낙상으로 고관절이 부러진 후한 발자국만 떼려 해도 유모차가 발이 되는 할머니 출가한 오남매일주에 한 번씩 교대로 반찬을 갖다 준다 말씀하시며눈빛을 반짝거린다 숨을 헐떡여도 다리를 절름거려도여전히 빛나는 별 다섯 개의 위성을 거느린 항성이다.
글 세상
손경선
2021.01.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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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을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예로부터의 말씀그렇다. 들어야 한다하다못해 발소리라도 자주 듣고깊이 스며들어야만 제대로 자라는 것문득 귀가 가려운 걸 보니누군가 내 말을 하나 보다지금 멀리서라도 내 말을 하는 이는나를 키우고 보살피느라 바쁜 셈이고말 못하는 귀는어떻게든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자꾸 곰실거리는 통에참을 수 없이 가려운 것이다.
글 세상
손경선
2021.01.0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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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타올라라계룡산에 떠올라짙은 어둠 걷어내고적막한 강산을붉게 물들여라 환하게 비추어라사랑하는 내 님이내 맘을 볼 수 있게말없이 기도하는내 모습이 보이도록 찬란하게 피어나라밤새 잠 못 자고쌓아 올린 그리움붉은 구름 불러 모아꽃 잔치를 벌여라 둥그런 네가삼불봉 타고 오르면나는 너를 타고그대에게 가리라.
글 세상
김공주
2021.01.0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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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쯤에서 멈춰야 하는가 물을 건너 등 돌려가는 그대단 한 번도 되돌아보지 않네동굴 속에 가두어 지켜온 사랑바윗덩이로도 잠글 수가 없네 노 저어가는 그대 뒤에서백수광부처럼 목 놓아 불러보네사람의 말을 몰라 울부짖어도허공엔 짐승의 포효로 떠들 뿐 기어이 그대는 강을 건너데 내 사랑, 비단강에 영영 가두어졌네
글 세상
임경숙
2020.12.2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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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박봉이라서자영업자 불황으로 장사 안돼서 죽겠다학생을 공부할 게 많아서선생은 학생 때문에환자는 의사 때문에의사는 환자 때문에 죽을 맛이다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과로로 죽을 지경이고국민은 이들 때문에 거의 죽음이다힘들어서 졸려서 배고파서 배불러서그리고 배 아파서 죽겠다장의사는 살맛날까.
글 세상
손경선
2020.12.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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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소롯길 개울처럼저물녘 산책길 걸음마다 마음을 한 점 한 점 부려놓는다 봄부터 피고 지는 들꽃들에게 오래도록 눈 맞춰 바라보는 순간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를 몇몇 해오라기물가에 외발로 서서 긴 목을 구부려 물음표를 찍고 있다 나는 지금 생의 어느 때를 지나고 있느냐? 지상에서 일어났다 스러지는 모든 일어제와 오늘이 그저 왔다가는 일상의 날이 아니란 것물들어 가는 저녁놀이 시시때때로 서산을 넘어가고 있다.
글 세상
임경숙
2020.12.25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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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청에서는 나날이 늘어가는 보이스피싱의 심각성 때문에 피싱 사기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 그러나 홍보활동의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는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과거 개그콘서트처럼 방송에서 개그 소재로도 활용됐던 보이스 피싱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최근에는 “요즘 그걸 누가 당해?”라면서 당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나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 무관하다, 요즘은 당하는 사람이 바보다”라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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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선 기자
2020.12.0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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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 각광받고 있는 전동킥보드는 전기동력을 사용하는 1인용 이동수단인 PM(Personal mobility, 개인형 이동장치)이다.개인형 이동장치는 교통수단으로 이동하기에는 거리가 짧고 걷기에는 애매한 거리를 빠르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시대에 불특정인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고 단독으로도 이용 가능한 운송수단으로 인기가 높다.수치상으로 살펴봐도 전동킥보드 사용자는 2019년 4월 37,294명에서 2020년 4월 214,451명으로 1년사이 다섯배이상 증가하였다.(출처:한국교통연구원)
글 세상
문읁주
2020.11.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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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과 살상만 없었지 지금은 사실상 제3차 세계전쟁이나 다름없다. 갑자기 닥쳐온 세계적 재앙 앞에서 인간들은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변화의 쓰나미를 맞았다.이제 모든 영역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이러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분야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 교육 분야이다.코로나 이후의 학교를 상상해 본다. 과연 학교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학기 방침도 혼선을 빚고 있다.원격 수업과 간헐적 등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수업의 질에 대한 문제도
글 세상
송명석
2020.10.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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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짬을 내 원주 아카데미 극장을 다녀왔다. 원주 아카데미를 찾아가기로 작심한 것은 소설 호서극장의 김홍정 작가가 출연한 토크 콘서트 때문이었다.그는 호서극장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가운데 원주에서 머무는 동안 자세히 보았다는 공주 호서극장의 일생(一生)을 똑 닮은 원주아카데미 극장을 소개했다.그러면서 “다른 점은 원주의 그곳은 작년부터 재생(再生)의 움직임이 있고, 여기 호서극장은 아직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방치된 듯 덩그러니 남아있다”고 말했다.공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서극장과, 아카데미극장,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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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남
2020.10.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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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가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월이다. 올해는 전염병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한 해가 되길 바랐다.하지만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새해 초부터 유례가 없는 코로나19 전염병이 발생했다. 그리고 47일간의 길었던 장마,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겪었다. 이로 인해 국민이 지쳐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경찰관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코로나19가 유행하자 세계 각국은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 두기, 집회결사 및 종교 활동을 제한하는 등 각종 방역 대책을 내놓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초기 방역 과정에서
글 세상
권용규
2020.10.08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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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사랑해나무를 그리다가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사람산과 들과 강물을 사랑해산과 들과 강물을 그리다가끝내 산과 들과 강물이 되어버린 사람그를 우리는 오늘화가라 부른다공주의 화가를 넘어대한민국의 화가라 부른다.
글 세상
나태주
2020.09.1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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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먼 산만 바라보시고어머니 어머니웃기만 하시고누이야 누이야너는 예쁘기만 하여라봉숭아꽃 아래옹기종기 장독대 근처얼룩 돌 갈고 갈아너의 얼굴 비칠 때까지돌 거울에 그림 속에영원의 하늘 속에.
글 세상
나태주
2020.09.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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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처음 태어난 그냥 그대로소년의 가슴이요소년의 눈빛이요소년의 그리움그 가슴과 눈빛과 그리움으로세상을 그리고세상을 사랑하고끝내 세상을 껴안았네나무를 사랑하되나무를 상처 나지 않게산과 강물을 사랑하되산과 강물을 슬퍼하지 않게다만 겸손히 공주의산하를 그리고 싶었지만그 산하 한국의 산하가 되고드디어 세계의 산하가 되었네소년이여 영원하라칠십 먹은 소년이제는 팔십 먹은 소년앞날에 구십 백 년의 소년소년의 넋을 모아 그림이여그대 더욱 영원하라소년이 세상에 없는 날, 그날에도오래오래 살아서 영생하라.
글 세상
나태주(한국시인협회 회장)
2020.08.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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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수의를 입고형장의 틀 같은 의자에 앉아머리 숙인 채 목을 내 놓는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이방인들의이야기를 듣는 얕은 수면에 들면양날의 겹치는 금속성에오랜 날들의 그림자가 한 올 한 올 잘려나간다 이발소의 의자에 앉으면잘라낼수록 자라나는힘들게 달려온 과거의 흔적들이저항 없이 잘려 발아래 눈물처럼 떨어진다 회한의 하얀 거품이 묵은 때를 덮고섬뜩한 면도날이 차갑게목덜미에 예고 없이 닿으면눈을 감고도 생시처럼 문밖이 보인다.
글 세상
김일호
2020.05.0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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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녹아 비틀거리는지쳐버린 장날의 보따리들이주섬주섬 묶어질 무렵이면순대국밥 집 목로에막걸리로 목을 축인 목숨들이흥건하게 번지는 냄새 속에빈 젓가락질이 빨라진다 저승길에서 가까스로 도망쳐온목발의 아저씨가힘겹게 문턱을 넘어 서서는푹푹 찌어대는 더위에고기 한 첨에 술 한 잔 채워보자고불거진 혈관을 내보인다 이미 죽어서 누운 돼지의 살점을 베어서비릿한 새우젓 장에 찍어 먹는오일장 순대국밥 집 골목에 가면뜨겁게 달구어진 양철지붕 아래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무거운 보따리처럼 서로 부대낀다.
글 세상
김일호
2020.05.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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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을까무엇을 입을까무엇이 되어 남을까 지쳐 누워야 하는 밤이 깃들면녹녹히 젖어 드는 가난한 생각이달빛 흐린 어두움의 언덕을숨차게 오른다
글 세상
김일호
2020.05.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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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나의 창 안에새 한 마리 기르며 살까보다 날마다 날아갈 수 있는 희망과날마다 걸을 수 있는초롱초롱한 눈이 빛나는 새의인내를 닮아 살까 보다 언제 어디서나붉은 피 섞인 노래를 부르는 새의간절한 기원을 좇아 살까 보다 삶의 절벽에 끝내는껍질 같은 욕심도 덤불 같은 아픔도미련 없이 물어다 버리는 새의용기를 익히며 살까 보다 하늘과 땅가차 없이 버려진 생명의 가뿐 숨소리까지작은 가슴으로도 보듬어 줄 아는 새의깊은 사랑에 빠져 살까 보다.
글 세상
김일호
2020.05.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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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시간하얗게 밤 밝히는불면의 밤이하나씩 켜지고밤새 소쩍새 울었던가내 안의 울음 들었던가어디선가 무더기로 토해내는시간의 하얀 포말유년을 돌아너 어디메쯤 와 있느냐묻기도 전에부드럽고 달작했던 향기 사라지고질긴 근육질의 무신경만 내 몫인데어쩌자고 불면의 밤이이리 환할까.
글 세상
김현주
2020.05.04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