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집 아래로 냇가가 있었다. 그 당시는 평상시는 맑은 물이 흐르지만, 장마철이 되면 시뻘건 물이 큰 굉음을 내며 흘렀다. 다리가 없어 큰 돌 네댓 개로 놓은 징검다리를 건너다녔다.그 물은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생활하는 데 사용되었다. 물은 흐르면서 자연정화가 되어 항상 맑았고, 물고기들이 왔다 갔다 했다.하루는 냇가 빨래터에 빨랫방망이가 놓여있었다. 빨래를 마치면 방망이도 가지고 가는데 깜빡 잊은 모양이다. 나는 그 방망이를 발로 차서 떠내려 보냈다. 빨랫방망이 주인인 아랫집 아주머니가 할머니한테 일렀다.그때 분
모퉁이 채마밭 한가운데빚 받으러 온 사람 마냥다리 쭉 펴고 자리 잡고 앉은쇠비름처럼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인데도너무도 당당하고 뻔뻔함에한여름 뙤약볕도눈을 감았다
영화 “명당”에서 지관 박재상은 명당을 통해 나라를 쥐락펴락하려는 장동김씨(신 안동김씨)의 음모를 막으려다 오히려 가족을 모두 잃는다.복수를 결심한 그는 몰락한 왕족 흥선군을 만나 가야산 아래 가야사 석탑 자리가 명당이며, 조상의 묏자리를 쓰면 2대에 걸쳐 왕이 나온다는 ‘2대 천자지지(天子之地)’를 알려준다.흥선군은 이미 쇠퇴한 가야사를 모두 불태우고, 그 자리에 연천에 있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이장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흥선대원군의 아들과 손자가 왕이 되니 고종황제와 순종황제다.명당(明堂)의 본래 뜻은 천자나 임금이 신하들에게
조용히 더 조용히지구 다른 곳의 언어 나의 언어로다른 피부색다른 신념의 등불없는 자의 배고픔돌 맞은 여인맨발로 걷는 아이들리시나요 지하의 신음조용히 흐르는 눈물가슴에 흐르시나요 쉽사리 손에 안 잡혀도 오래된 약속갈망은 별 되어모퉁이 돌의 낮은 목소리우물에 물이 있니해님 뜰 때 달님 뜰 때솟아나고 있니 걸터앉은 모퉁이 돌다른 이의 언어로 이어지는아픔으로 그렁그렁한 마음이 조용히 깎아 올린새 집의 이정표.
큰비는 이제 어느 정도 다 지나간 듯하다. 그래도 소나기는 오락가락하고, 소나기가 멈추면 폭염의 열기로 세상이 온통 찜질방이 된 느낌이다. 그나마 내리는 비가 집중호우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이번 기록적인 폭우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를 겪으면서 친절한 인정도 보았고, 몹쓸 인심도 보게 됐다.대통령께서는 지난 7월 19일 우리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만큼 우리 지역의 피해가 컸다는 것을 인식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총력의 노력을 기울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의 표명으
딸아이와 함께 예산 수덕사를 갔다. 일주문을 지나 산비탈 왼쪽으로 조각상들이 전시되었다. 전시된 조각상 가운데 유독 내 어릴 적 모습을 한 조각상이 서 있었다.키를 뒤집어쓰고, 소금 대접을 들고 있는 오줌싸개 조각상은 어쩜 어릴 적 나를 그렇게 닮았는지? 감상에 빠져든다. 아니 대부분 50~60년대에 태어난 남자들은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오줌싸개는 오줌을 가릴 줄 알면서도 실수로 오줌을 싼 아이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낮에 한없이 뛰어놀다가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떨어진다. 어머니가 깨
얼굴 깊게 패인 뿌렁이 주름에바다 절벽 매달려 바람 견딜 손이 있다.구부러지다 벌써 고꾸라졌을어깨를 버리는 웃음아비의 가냘픔에여름 갈 봄 구름이 있다 구름에 아이는 자라어둠의 터널과 터널 차령 계룡산줄기로 넘고물줄기로 노래 흘려보내고무너져 내린 돌덩이에 앉아별을 보다플라타너스 되어 길을 비춘다 장대히 선 나무인가 했건만스산히 잎 떨구어등 굽혀 걸어도기막힌 구릉 둥실 떠 올린다아비로 이어가는 길휘청휘청 휘어지는 날은 가냘픈 웃음이 있다.
여름철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삼복더위에 건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이다. 더위가 한창일 때 자칫 건강을 잃을 수 있다.사람들이 여름철에 입맛이 잃고, 기운이 없으면‘더위를 먹었다’라고 한다. 이때 우리 조상들의 치료 약은 아침 이슬을 머금은 익모초를 뜯어 즙을 내어 마셨다.예전에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익모초즙을 마셨는데 그 독한 쓴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입가심은 오이로 해야 한다고 하셔서 오이를 뚝 따서 계속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다시는 먹지 않았다.여름철 삼복더위는 초복, 중복, 말복을 말한다. 삼복은 중국 진(
선풍기나 에어컨이 나오기 전까지 부채는 더위를 쫓는 최고의 도구였다. 부채는 ‘부치는 채’란 말을 줄여서 부채가 되었고, 한자로‘선(扇)’이라고 한다.선(扇)은 지게문 호(戶)와 깃 우(羽)로 이루어졌는데, 지게문 호(戶)는 부채가 편평한 것을 나타냈고, 깃 우(羽)는 바람이 나도록 깃털을 엮어 만든 것을 말한다. 또한 선(扇)은 끝이 둥근 모양을 말한다.어릴 적 여름철이 되면 어머니는 지난해에 쓰던 부채를 꺼내, 종이로 때워 부치는 등 수리를 했다. 그리고 가장 크고 튼튼하고 넓적한 부채를 할머니께 드렸다.장날에 부채를 사기도 했
최민호 세종시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특급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1년간의 시정을 이끈 소감과 앞으로의 세종시정 방향을 밝혔다.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1년 동안 주야, 휴일 가리지 않고 일했다”라며 “시정4기 2년차는 후보 시절 제안한 공약사항을 바탕으로 구상한 핵심 정책·사업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그리고 국회 규칙 제정 절차가 여야 간 대립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점과 5월 중 설립하기로 한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구성이 늦어진 것을 아쉽게 생각했다.또한 KTX 세종역 설치에 대해서는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금강은 장수군 신무산 뜬봉샘에서 시작한 물줄기로 진안, 덕유산을 지나 충북 옥천, 영동을 거쳐 공주, 부여를 유유히 흐르다가 서천과 군산을 통해 서해로 들어가는 남한의 3대 하천으로, 그 길이만 400km에 달한다.금강은 예로부터 물줄기가 수려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비단강’이라고 불렸다. 바다가 모든 강물을 받아드리듯이 금강 역시 작은 물을 마다하지 않는다. 31개 지류가 흘러들어 이렇게 길고 아름다운 금강을 만든 것이다.금강은 각 지역을 지날 때마다 명칭이 바뀐다. 금산을 지날 때는 ‘적벽강’, 옥천을 지날 때는 ‘적등진강’으
하굣길에 만난 굵은 빗줄기에아이들은 우산을 팽개치고장대비를 그냥 맞는다 일부러 물웅덩이 찾아다니며맨발과 물의 리듬을 맞춰 본다온몸에 와 닿는 원초의 생기와 마주하고터뜨리는 웃음은 얼마만 인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흠씬 적셔도담장 위로 튕겨 나간 흙의 음표들골목길 깔깔거리는 악보를 그려내고 퉁퉁 불어난 손가락으로 저녁을 불러올 무렵이면어디선가 아이들 불러들이는 엄마의 목소리물탕놀이에 허기진 발들이 빠져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