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나 불쑥 제 푹신한 엉덩이를 내밀어사람들의 엉덩이를 편안하게 들어앉히는 접는 의자사람들의 엉덩이가 앉았다 떠날 때마다접는 의자의 엉덩이는 반질반질 닦여진다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나면 엉덩이를 들이밀고사무실 한 구석에 우두커니 기대서 있는 접는 의자더는 아무데나 불쑥 제 푹신한 엉덩이를 내밀 수없어세상 어디에도 그에게는 제자리가 없다제자리가 없어 더욱 마음 편한 접는 의자엉덩이를 폈다 접으며 그는 하늘에 가 닿는다.
성큼 허락하지도 못하면서왜 가슴이 뛸까 그냥 맞이하면 될 것을무엇을 준비하려는 걸까 언제쯤이라야네 말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얼마나 가식의 옷 닳아야양팔 벌려 환영할 수 있을까천년의 바람이엉킨 가면을 벗겨주고억겁의 바위가 닳도록 얼마만큼 인연의 끈이 더께져야쉬이 맞이할 수 있을까 내일 가도 돼?
요즘 모 TV에서 ‘고려 거란 전쟁’드라마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11세기 거란족은 동북아시아의 최강국이었다.그런 거란이 세 차례에 걸쳐 고려를 쳐들어 왔고 이로 인한 고려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2차 침입 때 현종은 남쪽으로 몽진을 한다. 몽진(蒙塵)은 ‘머리에 먼지를 뒤집어쓴다.’라는 뜻으로 임금이 난리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또 다른 말로 파천(播遷)이라고도 한다.현종은 1010년 음력 12월 28일 나주로 피난지를 정하고 원정왕후 김씨, 원화왕후 최씨와 함께 피난길에
어릴 적 엄마와 나는 서로 뜻이 맞아 알콩달콩하다가도 순간 틀어지기가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너랑 똑같은 딸 하나 낳아봐라.” 하며 야단쳤고, 이에 질세라 나도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며 톡 쏘아붙이곤 했다. 물론 냉전은 오래가지 않았다.결혼하고 얻은 첫딸은 매사 엄마에게 기대던 나와 달리 모든 것을 제 손으로 하며 자랐다. 엄마의 유일한 나무람이었던‘너랑 똑같은 딸’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그 딸이 지난가을 아이를 낳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이후 아기가 분유를 잘 먹지 않는다며 전화상으로 한두 번 물어오긴 했지만
숲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큰 나무만 사는 것도 아니다숲이 그리워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숲을 만나러 숲속으로 들어가니숲은 보이지 않는다어떤 숲은 산등성이로 올라가 조용히마을을 내려다보기도 하고어떤 숲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마을 어귀에서 걸음을 멈추고사람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있다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울면워-워- 바람소리로 감싸주고때론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한다지나고 보니 알겠다큰 나무만 숲이 되는 것이 아니듯잘 난 사람만 사람 노릇하는 것이 아니듯키 작은 나무도 멧새도 직박구리도다 함께 숲이라는 것을함께 어울려 따뜻한 숲이
얼마 전 뉴스에 경기 남부지역에 까마귀가 떼로 출몰하여, 차는 물론 지나가는 사람 옷에도 분비물이 떨어져 매우 불쾌하고, 울음소리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는 지역주민의 호소가 있었다.까마귀는 까마귀과에 속하는 새다. 새 중에서 아주 지능이 높을 새로 분류된다.사람의 눈을 피해 음식물 탈취는 물론 도구를 사용하여 먹이를 취하기도 한다.우리나라에서는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저 사람 까마귀 고기 먹었나?’라고 하지만 실제로 까마귀는 똑똑한 새다. 한국에서는 흉조(凶鳥)로, 중국에서는 길조(吉鳥)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서 까마귀를 흉조로
서너 달이나 되는 듯, 길고 힘든 한 달이 지나갔다. 올해로 100세가 되신 친정아버지께서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지시는 바람에 고관절 대퇴골이 골절되어 우리 형제자매들은 정신없이 바쁜 한 달을 보내야 했다.새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신 아버님은 자식들을 불편케 안 하시려고 실버타운에 들어가 지내셨다.주말이면 특별한 볼일이 없는 자식들은 모두 모여 아버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기도 하고 춥거나 덥지 않은 계절에는 우리 농장에 모여 아버님과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그러나 코로나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몇 달 못 모시고 지내던 차
어머니의 냄새는 짠 내였다들에서는 진땀을 흘리고바다에서는 갯것을 더듬고하늘에는 눈물로 올린 기도가하얗게 소금으로 피어올랐다쓴맛 단맛을 다 보고 나서짠맛을 골라 몸 어딘가에 숨겨 두었는지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흘렀다 바다를 건너가신 지 이십여 년이 지나도나를 따라다니는 냄새소금 단지를 열거나 새우젓 종지를 보면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되고 가끔은 헛물을 켠다 무덤에는 함초가 자란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너를 만나고 돌아온 오늘 저녁도내 가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깊게 깊게 구멍 뻥, 뚫렸다피투성이 내 가슴은어금니 한번 꽉 다물었다침 한번 꿀꺽 삼켰다상처받지 않고어찌 살 속의 뼈아름드리 벽오동나무로키울 수 있으랴뼛속 꿈틀거리는, 솟구쳐 오르는욕망덩어리 옳게 가꿀 수 있으랴너를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내 마음은 자꾸신음소리를 냈다한쪽 귀퉁이쭈욱, 찢겨 나갔다마른오징어처럼속삭였다 중얼거렸다 하소연했다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
부부가 긴 세월 살다 보면 다투지 않고 살기는 힘들지 않을까. 어느 부분이든 잘 맞지 않는 곳이 있기 마련일 것이다.문정희 시인의 ‘남편’이라는 시만 읽어봐도 남편을 ‘나와 전쟁을 제일 많이 한 남자’라고 하지 않았는가.우리 부부도 그렇다. 침대의 온도부터 다르다. 나는 따뜻한 걸 좋아하지만 더우면 못 자는 남편은 겨울에도 시원해야 한다. 나는 단 커피를 싫어하는데 남편은 달달한 커피를 좋아한다.어디 그뿐인가. 새로운 걸 좋아하는 남편은 여행이나 쇼핑도 좋아하고, 나는 꼭 필요할 때 외에는 사람 많은 곳은 피곤해서 돌아다니길 즐기지
그녀의 굽은 등에 파도가 친다오롯이 숨의 깊이를 다녀온 그녀에게둥근 테왁 하나가 발 디딜 곳이다 슬픔의 중력이 고여 있는물의 그늘 속에 성게처럼 촘촘히 박힌 가시물옷 속으로 파고드는 한기엔 딸의 물숨이 묻어있다 끈덕진 물의 올가미물 숨을 빠져나온 숨비소리가 휘어진 수평선을 편다 바다의 살점을 떼어 망사리에 메고시든 해초 같은 몸으로 갯바위를 오를 때환하게 손 흔들어 물마중 해주던 딸, 몇 번이고 짐을 쌌다가눈 뜨면 골갱이랑 빗창을 챙겨 습관처럼 물옷을 입었다 납덩이를 달고 파도 밑으로 들어간 늙은 어미가바다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테
어릴 적 이맘때쯤이면 추위로 손등이 터지고 찬바람에 얼굴이 얼어 붉게 변했다. 그래도 딱지치기, 썰매 타기, 구슬치기, 연날리기 등은 매일 매일 신났다. 손과 발이 동상이 걸려 밤에 잘 때 얼얼하고 가려워 울상이면, 어머니가 콩 자루 속에 손발을 넣고 주무르게 했다. 어머니는 비방이라며 먹을 갈아 먹물에 실을 적시고 동상 부위를 감아주셨다.날씨가 얼마나 춥던지 아침밥을 먹기 위해 세수를 하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며 문고리를 잡으면,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붙었다. 부엌에서 밥상을 들면 김치를 담은 보시기들이 상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